지난해 12월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의 도교 문화’ 전에 이어 강원 원주시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23일부터 특별전 ‘아시아 도교 판화의 세계’를 개최하며 연이어 도교 유물전을 선보인다. 부처님 모시는 사찰 부설 박물관이 도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뭘까.
도교가 흥했던 시점을 보면 얼추 답을 찾을 수 있다. 한선학 관장은 “왕조 교체기처럼 세상살이가 팍팍할 때 도교는 민초에게 현세적 희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동아시아 판화 100여 점 역시 민간신앙과 결부돼 답답한 삶을 타개하고픈 기층민의 욕망이 투영돼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중국 명나라 수성노인도(壽星老人圖)다. 무병장수를 축원하는 뜻이 담긴 이 가채판화(목판으로 밑그림을 찍고 붓으로 색칠한 판화)는 ‘융경(隆慶·명 목종의 연호) 임신년’(1572년)이란 제작연대가 나와 있다. 박물관이 지난해 유럽에서 입수한 것으로 이 정도 대형 판화(148×74cm)는 중국에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중국 작품이 다수지만 다른 나라 작품도 인상적이다. 소리 내 읽으면 악귀를 쫓고 질병도 낫게 한다는 옥추경(玉樞經·강원 유형문화재 제154호)은 1570년(선조 3년) 전남 무등산 안심사(安心寺)에서 간행한 목판본이다. 구체적 법문은 물론이고 다양한 신선의 모습을 세세하게 묘사해 민간 도교 연구에 중요한 사료다. 일본의 시치후쿠진(七福神) 판화는 중국 도교를 자체적으로 해석해 행운의 신 7명을 모시는 토착사상이 담겨 흥미롭다. 10월 12일까지. 3000∼5000원. 홈페이지(www.gopanhwa.or.kr) 참조. 033-761-7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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