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동아일보에 ‘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을 연재하는 수필가 윤세영 씨의 맑은 글과 동아일보 김수진 기자의 고운 일러스트레이션을 엮었다. “사흘만 들을 수 있다면 꼭 장사익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는 50대 청각장애 여성을 위해 선뜻 노래를 불러준 가수 장사익, 그 노래를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고 천상의 미소를 보여준 여성. 결혼식장에 가면 빈 앞자리부터 채워 앉으면서 “기왕 엑스트라 역할을 할 거면 착실하게 해주자”는 사진작가 남편…. 일상의 감동과 세월의 지혜가 함께 녹아 있는 샘물 같은 글들을 만날 수 있다.
고개 숙인 대한민국 신지호 지음/292쪽·1만5000원·21세기북스
화려한 압축성장과 드라마틱한 민주화를 뒤로하고 양극화와 고령화의 덫에 걸린 한국은 정녕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저주에서 풀려날 수 없는 걸까. 뉴라이트 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저자가 2년간 낭인생활을 하면서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그 해법을 모색했다. 핵심은 ‘한강의 기적’을 낳은 불균형 성장전략이 한계에 도달해 기업과 가계, 수출과 내수가 어긋나게 돌아가는 ‘디커플링(decoupling) 경제’를 초래했으므로 내수·서비스업을 육성해 그 균형을 맞춰주는 ‘리커플링(recoupling) 경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 나카노 마사시 지음·임성근, 안창현 옮김/203쪽·1만3000원·소화
세월호 참사 이후 ‘관(官)피아’ 문제 해법을 얻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다. 한국의 ‘낙하산’은 대통령 측근 내지 조력자에 대한 ‘코드인사’나 ‘보은인사’를 뜻한다. 하지만 일본에선 ‘퇴직관료의 재취업’을 의미한다. 바로 관피아 문제다. 일본의 공무원 출신 교수인 저자는 자신의 체험담을 토대로 생생한 부처별 실태와 폐해를 고발한다. 하지만 이를 뿌리 뽑기 위해선 단체적 퇴직관행과 연공서열주의, 경직된 노동시장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잉여의 미학 박정자 지음/416쪽·2만1500원·기파랑
19세기 순수문학의 대명사 플로베르와 20세기 참여문학의 기수 사르트르, 대척점에 선 두 프랑스 작가의 기묘한 동조 현상을 추적했다. 사르트르는 청년시절 미의 본질을 비실재로 본 플로베르의 미학에 탐닉했다. 그러다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된 30대 중반 이후 플로베르를 반동작가라고 맹비판했다. 하지만 말년엔 3000여 쪽에 이르는 플로베르 연구서 ‘집안의 백치’를 펴낸다. 플로베르에 대한 동일시-부정-재동일시의 3단계를 분석하며 사르트르 실존사상의 핵심인 잉여와 무상(無償)의 플로베르적 기원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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