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수 아이유(23일)와 록 밴드 노이즈가든(24일)의 공연에 다녀왔다. 두 공연 모두 그들에게도, 팬들에게도 매우 특별했다. 아이유는 데뷔 후 처음 소극장에서 하는 콘서트였고, 1990년대 중반 혜성처럼 나타나 헤비메탈과 사이키델릭 록을 뒤섞은 ‘고(高)퀄리티(quality)’, 이른바 ‘고퀄’ 음악을 들려준 노이즈가든은 보컬 박건이 해체되고 캐나다로 이민 가버린 뒤 5년 만에 일회적으로 뭉친 공연이었다.
주인공들의 목소리는 대단했다. 기교와 성량으로 돋보이는 여가수는 많다. 근데 노래를 해석하고 표현해내는 섬세함에 있어 아이유처럼 얄밉도록 능숙한 20대 초반 여가수는 드물다. 공연이 열린 서강대 메리홀은 무대와 객석 첫째 단 높이가 같아 많은 관객은 ‘아이유님’을 말 그대로 ‘영접’했다. 객석 첫 줄과 아이유 사이의 거리는 3m도 안됐으니. 밴드는 자극적인 전자음 대신 어쿠스틱 기타나 우쿨렐레가 리드하는 잔잔한 사운드를 앞세웠고 아이유가 최근 낸 리메이크 앨범에 실린 ‘사랑이 지나가면’(이문세), ‘너의 의미’(산울림), ‘나의 옛날이야기’(조덕배), ‘여름밤의 꿈’(김현식)을 눈감고 열창한 콘서트 중반부는 ‘분홍신’ ‘너랑 나’의 댄스만큼 아찔했다. 아이유는 ‘좋은날’의 3단 고음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현지인과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 평범하게 잘 사는 줄 알았던 박건은 캐나다에서 또 밴드를 결성했다고 한다. 정작 거기선 베이스기타를 친다는데 목소리가 아깝다. 공연 전 만난 그는 “귀국한 지 엿새가 됐는데도 시차 적응이 안 된다. 목 상태가 최악인데 미치겠다”고 했지만 무대에 오르자 둔중하면서도 서릿발 같은 특유의 이율배반적 포효로 객석을 폭격했다.
두 공연은 어떤 숨은 각도에서 보면 매우 비슷했다. 가수 말고 객석의 목소리. 일단, 남자 관객의 비율이 절대적이었다. 아이유의 공연에선 가수가 의문문으로 멘트를 끝내면 0.2초 길이로 절도 있게 끊는 남성들의 군사적인 ‘네엡!’이 어김없이 터졌다. 노이즈가든 객석의 남성 비율은, 뭐, 더 높았다. 마초적인 보컬 박건의 멘트가 끝나기 무섭게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오크나 트롤 같은 동물적 포효가 인간의 언어를 대신해서 객석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우오오오!” “으르렁∼!”
오늘은 남성그룹 엑소의 공연장에 와 있다. 오늘 콘서트에서 들을 목소리는 누구의 것일까. 가수 것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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