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30일)을 앞둔 김해의 롯데워터파크를 지난 주말 찾았다. 통상 어트랙션 파크는 개장 전날까지도 마무리공사로 어수선하다. 그래서 현장취재는 개장직후로 미루는 게 상례. 하지만 롯데워터파크만큼은 예외였다. 기대가 남달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였다.
그 궁금증의 첫 번째 배경은 지은 이가 ‘롯데월드’라는 것이다. 롯데월드라면 에버랜드와 더불어 국내최고의 테마파크. 하지만 내 관심은 최고파크가 아니라 롯데월드가 ‘실내파크’라는 점에 있었다. 워터파크의 실내부분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세계적으로 워터파크는 상하(常夏)의 나라, 즉 추위나 겨울이 없는 곳의 놀이시설이다. 그래서 한국선 겨울용 실내파크를 따로 짓는다. 따라서 국내워터파크를 차별 짓는 핵심은 실내시설일 수밖에 없다. 실내파크에 관한 노하우라면 롯데월드가 으뜸이니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어떻게 구현시켰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워터파크가 올해로 개장 25주년을 맞는 롯데월드의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점이다. 또 건설 중인 123층 롯데월드타워(2016년 10월 완공예정)의 전망대 SKY123(해발 500m의 세계최고도)을 포함, 2020년까지 총 20개 사업장(호텔 수족관 테마파크 워터파크 등등)을 통해 롯데월드가 추구할 종합엔터테인먼트사업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점도 이유 중 하나다. 롯데는 올 후반 이미 공사를 마친 롯데월드타워 저층(캐주얼동)에 아쿠아리움(수족관)을 개장하는 데 롯데워터파크는 그 서막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최대 파도 풀, 워터파크의 심벌
오후 2시 파크 안. 개장 일주일 전인데도 3000명가량(초대 손님)이 수영복차림으로 워터파크를 즐기고 있었다. 반면에 공사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공사는 이미 끝났고 며칠 전부터 실제처럼 운영 중이라는 설명이다.
파크는 화려한 원색의 컬러로 치장된 다양한 시설이 푸른 물 파란 하늘의 배경 때문에 두드러져 보여 생동감이 넘쳐났다. 남태평양 프렌치폴리네시아(타히티로 대표되는 섬나라)의 열대 섬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남국의 정열이 그대로 전해오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걸 상징하는 롯데워터파크의 캐릭터 ‘로키’가 파도 풀 옆에 서있다.
남태평양은 안데스고원에서 태어난 잉카의 창조주 콘티키가 스스로 몸을 숨긴 바다이자 토르 헤이에르달(노르웨이 문화인류학자)이 1947년 뗏목 콘티키 호를 타고 찾아갔던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바다다. 폴리네시아는 13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폴리네시안의 고향과도 같은 섬. 그중에서도 수도 파페에테가 있는 타히티(정식 국명은 프렌치 폴리네시아)가 중심인데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 폴 고갱이 도착한 섬이기도 하다. 원색을 이용해 원시의 향취를 짙게 풍겨내는 여인그림들은 모두 그가 타히티에서 살면서 그린 것이다.
파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펑펑 불기둥을 내뿜는 ‘자이언트 볼케이노(화산조형물)’다. 제주롯데호텔 것처럼 한 시간마다 폭발(하루 열 번)하며 용암을 분출한다. 화산이펙트 쇼라고 하는데 화염(높이 20m)과 40m 아래로 쏟아붓는 물(1.8t)에 조명을 비춰 용암처럼 보이게 한다.
워터파크의 심벌이라면 역시 야외 파도 풀. 롯데워터파크에선 화산 아래 자리 잡고 있는데 화산폭발은 20분 휴식이 끝나고 파도치기를 시작한다는 신호다. ‘자이언트 웨이브’라 불리는 이 파도 풀은 폭 120m(가장 넓은 부분)에 길이 135m. 국내서는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란다. 파도 풀은 규모가 클수록 파고도 높다. 멀리까지 물을 보내야 하기 때문인데 롯데워터파크에선 파도높이가 2.4m다. 연안어선의 출항금지 파고가 3m라는 점을 참고하면 그 높이와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파도 풀에 이어 인기가 높은 시설은 ‘슬라이드’라는 원통형 미끄럼이다. 롯데워터파크엔 파도 풀 옆에 두 개가 있다. 높이(모두 18.9m)와 길이 모두 국내 최대다. 그중 더블스윙 슬라이드는 6인승 튜브를 타고 경사진 터널을 203m나 미끄러져 내려온다. 워낙 고속이라 커브에서 가중되는 원심력(G포스)도 꽤나 높다. 다른 하나는 깔때기 형태(지름 22m)의 ‘토네이도 슬라이드’. 거대한 깔때기에 빨려 들어가서는 지그재그로 118m를 내려온다.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서 쇼핑도 여유있게
물벼락을 내리는 물놀이공원도 인기시설이다. 롯데워터파크에선 야외(자이언트 아쿠아플렉스)에 정글처럼 밀집했다. 규모도 상당하다. 14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물벼락용 바스켓도 세 개로 17.5m(최고)에서 수시로 물(총 6.4t)을 퍼붓는다. 이런 파도 풀과 슬라이드, 물놀이공원이 롯데워터파크에는 실내에도 있다. 한겨울에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야외 시설과 다른 점이라면 규모가 약간 작다는 것뿐. 이 중 13m 높이에서 138m를 미끄러지는 ‘스윙슬라이드’는 국내 실내워터파크에선 볼 수 없었던 시설이다.
롯데워터파크 실내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입장객 편의시설이 집중된 본관동이다. 역시 폴리네시아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데 주요시설은 찜질방(수용규모 1000명)과 사우나다. 찜질방은 국내에서 가장 시설이 훌륭하지 않을까 싶다. 참숯항균방 황토장수방 등 8개로 나뉜 각 방에선 다양한 아로마가 풍겨났다. 본관동에 있는 로커는 모두 7500개. 내년에 더 늘린다고 한다.
롯데워터파크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옆에 있는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이다. 이곳 장유지구는 창원 부산 마산(30∼40분 거리)과 울산 경주 대구를 잇는 광역교통망의 중심이고 김해국제공항에서도 멀지 않다. 그래서 주변 지역에서 쇼핑을 하러 오던 곳인데 워터파크까지 생겨 이용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이들 놀이시설이 마땅치 않아 부산행을 주저했던 수도권 가족여행자에게도 롯데워터파크는 선택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서면의 롯데호텔은 이런 수요를 겨냥해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패키지도 만들었다. 객실(딜럭스룸)과 두 명의 입장권에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패키지는 20만 원부터, 아이스크림 대신 아침 식사(라세느 레스토랑)를 넣은 것은 25만원부터. 아이스크림과 식사를 모두 포함한 3인용도 있다.
▼ 김해서 되살아난 노르웨이영웅 탐험정신 ▼ 롯데워터파크 캐릭터 ‘로키’, 탐험가 헤이에르달이 모험한 배 이름서 따와
올해는 노르웨이의 문화인류학자 토르 헤이에르달(사진·2002년 작고)이 태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노르웨이는 이를 기념해 수도 오슬로의 콘티키 박물관과 ‘피오르 관광의 수도’ 베르겐에 있는 노르웨이 최대규모의 수족관(Akvarium)에서 그와 콘티키(Kon-tiki) 호의 모험정신을 기리는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다. 헤이에르달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인물이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에선 다르다. ‘콘티키 호의 모험’을 기억하며 그를 영웅처럼 떠받든다. 모험 직후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그를 초청하고, 2년 전 영화(콘티키)가 개봉되면서 그해 아카데미상 후보로 추천된 것 등이 그의 위상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콘티키 호의 모험, 그건 무엇인가.
콘티키 호는 아주 가벼운 나무인 발사(Balsa)로 만든 작은 뗏목이다. 선원은 헤이에르달을 포함해 단 여섯 명. 이들은 무전기 외엔 그 어떤 문명의 이기도 지니지 않은 채 칼라오라는 페루의 항구를 출발했다. 1947년 4월 28일의 일이다. 목적지는 8000km 떨어진 남태평양의 고도 프렌치 폴리네시아(우리가 보통 타히티라고 부르는 곳으로 130여 개 섬이 다섯 개의 제도(諸島)를 이루고 있다). 1500년 전 폴리네시아 사람들과 똑같이 나침반도 없이 오직 별만으로 방향을 추정하고 파도와 바람, 조류에 의지해 서쪽으로 나아갔다.
무모해 보이는 도전, 천신만고의 고생길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불굴의 투지로 모험에 성공했다. 101일 만에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투아모투제도에 도착했다. 이들이 이런 모험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헤이에르달이 세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가설은 하와이를 비롯해 타히티 뉴질랜드까지 남태평양 섬 곳곳에 퍼져 사는 폴리네시아인의 기원이 남미대륙이란 것이었다. 그가 가족과 함께 1930년대 타히티의 파투히바 섬에 이주해 살면서 연구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었다.
그의 모험은 성공했고 가설도 증명된 듯했다. 하지만 학문의 세계는 냉엄하다. 가설은 잘못으로 판명됐다. 폴리네시아인의 기원은 아시아대륙으로 밝혀졌다. 목숨까지 걸고 증명하려했으나 그의 노력은 헛수고가 됐다. 이런 경우 그 노력은 깡그리 잊혀지게 마련. 하지만 헤이에르달과 콘티키 호는 달랐다. 67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존경받고 기억된다. 위대한 탐험정신만큼은 빛이 바래지 않고 있다.
콘티키는 남미 잉카제국의 신화에 등장하는 창조주 비라코차(Viracocha)의 다른 이름이다. 그 탄생지는 해발 3800m(수면고도)의 안데스고원에 바다처럼 넓게 자리 잡은 티티카카호수. 콘티키는 태양 별 달을 만들어 암흑 세상에 빛을 가져다준다. 콘티키란 이름이 세상에 널리 퍼진 건 헤이에르달의 모험을 통해서다. 모험에 관한 동명의 저술은 70개 언어로 번역돼 5000만 권 이상 팔렸다. 모험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필름은 1951년 오스카상까지 받았다. 그리고 또 다른 콘티키를 낳았다. 1962년 런던서 창업해 세계적인 여행사로 성장한 콘티키 (Contiki·www.contiki.com)가 그의 모험정신을 잇고 있다. 이 회사는 ‘인생은 모험이니 열정을 갖고 도전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젊은 세대(18∼35세)만 상대로 여행을 기획한다. 여행사 콘티키는 ‘대륙(Continent)’과 ‘콘티키’의 합성어다. 최근엔 우리나라에도 등장했다. 30일 경남 김해에 개장하는 ‘롯데워터파크’의 공식캐릭터 로키(Lokki)가 그의 후손이다. 로키는 롯데와 콘티키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Travel Info
롯데워터파크 ◇개장:30일 정오 ▽개장 할인 △당일: 50% 할인 △31일∼6월 8일:롯데카드 소지자 본인 40%, 동반(3인까지) 30% 할인(단, 전달 20만 원 이상 결제한 카드)
◇입장료 ▽종일권 △어른 5만8000원 △어린이 4만6000원 ▽오후권(2시 반 이후) △어른 4만8000원 △어린이 3만8000원(별관 로커 이용 시 3000원 절감) ▽온라인예매: 회원 전용. 각종 신용카드로 할인혜택
◇파크 내 지불수단: 충전코인(선불제) ◇대여 ▽구명재킷:6000원 ▽선베드:1만5000원(커플용 4만 원). 현장예약 ▽카바나:온라인 예약 ▽찜질복:사우나 찜질방 스파 이용 시. 2000원
◇티키 아일랜드 스파:별도 입장료를 내고 이용 가능. 7, 8월만 빼면 스파만 따로 이용 가능. 요금(어른)은 주중 1만3000원, 주말 1만5000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