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작년 글항아리서 선인세 형식 계약… 2014년초 美서 출간후 열풍 일으켜
최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사진)’의 한글 번역서 출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43)가 쓴 이 책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경제력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점을 날카롭게 비판해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책의 국내 번역 출판권은 문학동네 계열사인 글항아리가 갖고 있다. 출판계에선 ‘글항아리가 로또에 당첨됐다’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세계적 화제작을 ‘헐값’에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해외서적 저작권 대리업체는 국내 여러 출판사에 ‘21세기 자본’에 대한 한글 번역 출판을 제안했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책이 너무 두껍다” “프랑스 경제서는 안 팔린다”며 외면했다. 하지만 글항아리는 국내에 출간해도 반응이 괜찮을 것이란 판단하에 작가에게 선(先)인세 형식으로 4000유로(약 558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글항아리의 강성민 대표(41)는 “‘21세기 자본’은 올해 2월 미국에서 영어로 번역돼 출판된 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며 “지금 계약한다면 선인세로 최소 1억 원은 줘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연찮게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셈이다. 책 출간 시기를 묻는 독자 문의가 쇄도하면서 글항아리는 내년 12월 낼 예정이던 이 책을 올해 9월로 앞당겨 내기로 했다. 번역 인력도 3배로 늘였다. ‘지금 한창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9월 출판은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 대표는 “빨리 책을 내면 당장은 몇 권 더 팔리겠지만 번역이 부실해진다”고 말했다.
‘21세기 자본’ 한글 번역서는 1200여 쪽으로 영어 번역서(685쪽)의 2배 가까운 분량이다. 강 대표는 “영어 번역서는 원서의 마르크스 관련 내용과 영미권에 대한 비판을 축약했다”며 “한글 번역서는 프랑스 원서(970쪽)의 전문을 번역하고 원서와 영어 번역본의 차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제기한 책 속 오류와 피케티 반론을 ‘옮긴이의 주’ 형식으로 보강하다 보니 분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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