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수. 하지만 이 수가 실착이 될 줄이야. 참고 1도처럼 백 1로 두어 백 3까지 먼저 패를 해야 했다. 좌변과 좌상귀의 백만 안정되면 백이 실리가 많아 우세한 형세.
120을 보자마자 김진휘 초단은 기회가 왔음을 직감한다. 그러고는 121로 좌상귀로 한 칸 뛰어들어가 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127까지 백의 안형을 없애며 괴롭힌다.
백은 128을 선수하고도 132로 살아야 했다. 참고 2도처럼 백 1로 두면 흑 2로 치중해 패가 나는 수단이 있다. 선수를 잡은 흑은 기분 좋게 133으로 뻗어 중앙에 도톰한 집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백은 이곳을 깨지 못하고 얌전히 134로 좌변을 살렸다. 그 틈에 흑은 우상귀에 135로 철주를 내렸다. 흑이 두 번 연속 좋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형세는 순식간에 흑 우세로 바뀌었다. 좌상귀를 선수로 당한 것이 백으로선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120이 얼마나 뼈아픈 실착인지 알 수 있다.
135가 놓이자 상변의 백 3점은 집 없는 방랑자 신세가 됐다. 이창호 9단은 136부터 140까지 선수하고 142로 붙이는 비상수단을 들고 나왔다. 평범한 진행으로는 형세를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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