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이름으로 1, 2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변용란 옮김/각 권 436쪽, 440쪽/각 권 1만3800원·민음사
에세이 ‘먹고 기도하며 사랑하라’를 통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정을 담아낸 작가의 최신 장편소설(2013년). 모든 것에 깃든 이름을 찾기 위해 생애를 바친 여성을 통해 탐험과 발견의 19세기를 무대로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1800년 1월 태어난 앨마 휘태커. 아버지는 약용식물 거래로 막대한 부를 거머쥔 영국인이고, 네덜란드인 어머니는 유서 깊은 식물원을 운영하는 가문 출신이다.
미천한 집안에서 자란 앨마의 아버지 헨리는 소년 시절 돈이 되는 식물에 눈을 뜨고,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식물 사냥꾼들의 행렬에 참가한다. 그의 모험은 실제 인물인 영국 탐험가 쿡 선장과 식물학자 조지프 뱅크스의 가세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터를 잡은 헨리는 신흥 대부호의 면모를 과시하려고 화려한 저택을 짓고, 그리스식 정원과 거대한 도서관을 꾸민다. 그곳에서 못난이 외동딸 앨마는 당대 최고 지식인과 어울려 다양한 지식을 흡수한다. 도서관에선 독일 철학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 독일 신비주의 사상가 야코프 뵈메의 저작을 탐구한다. 개인 채집도구를 들고 숲을 누비는 앨마는 식물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완벽한 질서에 매혹된다.
휘태커 가문의 아름답고 우아한 양녀 프루던스, 유일한 친구 레타가 각각 결혼을 하고 앨마는 저택에 홀로 남는다. 완벽주의 성향과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 누구와도 사랑해 보지 못한 채 홀로 지내던 앨마 앞에 자유로운 식물화가 앰브로즈가 나타난다. 어느 날 밤 둘 사이에 이뤄진 마법 같은 교감 이후 앨마의 안온한 삶은 흔들린다. 앨마는 앰브로즈의 흔적을 찾아 타히티 섬과 아프리카 대륙을 거쳐 어머니의 고향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생의 비밀에 다가서려는 앨마의 여정을 뼈대로, 위험한 항해와 모험이 횡행하고 미신과 과학이 공존하며, 노예 폐지론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고 다윈의 ‘종의 기원’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시대상이 촘촘히 교차하며 19세기 지성사를 총체적으로 완성해낸다.
작가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어느 날 다락에서 발견한 증조부의 책, 1784년 판 ‘쿡 선장의 항해’에서 영감을 얻어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식물학 분야의 액션 어드벤처 시기를 다뤘다”고 했다. 식물 관련 에피소드는 1권에 풍성하게 담겼고, 2권에서는 뜻밖의 깨달음을 얻은 앨마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작가는 소설 집필을 위해 식물과 관련된 일을 했던 19세기 여성들의 편지와 저작물을 찾아 읽었고 그 가운데서 앨마라는 인물이 태어났다. 그들은 앨마처럼 상류층이었고, 남편이나 아버지가 과학 계통에 몸담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앨마는 과소평가된 식물군인 이끼를 연구해 빼어난 논문을 완성한다. 작가의 뉴저지 자택에도 이끼 정원이 잘 꾸며져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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