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똥장수 일상을 통해 본 20세기 전반 중국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1일 03시 00분


◇북경 똥장수/신규환 지음/328쪽·1만7500원·푸른역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분뇨 수거를 담당했던 똥장수(糞夫)의 일상을 통해 20세기 초중반 중국 도시 하층민의 삶과 중국 위생혁명의 실상을 추적했다. 베이징의 위생행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의 학위논문을 보강해 책으로 엮었다.

하수관과 분뇨처리 시설이 미비했던 당시 똥장수는 베이징을 돌아가게 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4000∼5000명에 이르렀던 이들은 대부분 산둥 성 출신의 가난한 이주민이었지만 분뇨수집창고인 ‘분창’을 소유한 자본가부터 분뇨 수거구역인 ‘분도’를 소유한 중간층, 분창에 예속된 저임금 노동자였던 일반 똥장수까지 계층 분화가 이뤄져 있었다.

문제는 상습적으로 임금 체불을 겪은 일반 똥장수들이 수입을 충당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수고료를 높여 받고, 이를 들어 주지 않으면 태업을 하면서 발생했다.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시 정부는 분뇨수거업을 공영화하는 개혁안을 내놓는다.

대부분의 똥장수는 개혁안을 생계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격렬히 저항했다. 개혁안 중에는 자신들을 시 공무원으로 고용해 안정적으로 임금을 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음에도 말이다. 분도 소유주와 일반 똥장수들은 시 정부의 개혁안이 자신들이 분도나 분창 소유주가 될 기회를 봉쇄한다고 생각하고 파업과 시위로 맞섰고, 개혁안은 결국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시책에 협조한(실은 협조 시늉만 한)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기득권을 지키려 했던 몇몇 분창 소유주뿐이었다.

20세기 초 베이징 도시 하층민의 삶을 들여다보는 자료로서도 유용하지만 종종 위정자가 의도치 않은 결과로 귀결되곤 하는 개혁과 혁명의 아이러니한 속성을 파악하는 데도 손색이 없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중국 베이징#중국 도시 하층민의 삶#중국 위생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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