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치킨(닭튀김·사진)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로 중국 대륙을 휩쓰는 ‘치맥’ 열풍의 핵이다. 하지만 이 프라이드치킨이 미국 남부 농장지대에서 일했던 흑인 노예의 애환이 담긴 ‘솔 푸드(soul food)’였단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원래 정통 미국 남부식 닭 요리법은 닭을 오븐에 굽는 ‘로스트 치킨’이었다. 백인 농장주들은 오븐에 굽기 전에 살이 많은 닭의 몸통과 다리를 제외한 날개나 발, 목은 버렸다. 살코기도 별로 없고 발라 먹기도 힘들기 때문이었다. 흑인 노예들이 이를 숙소로 가져왔지만, 오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로스트 치킨을 만들 수 없었다. 오븐이 있다손 쳐도 굽는 조리법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데다 이들 부위는 굽고 나면 육즙이 빠져나가 버려 건질 게 별로 없었다.
그 대안이 기름에 튀기는 것이었다. 날개나 목 같은 싸구려 부위도 기름에 튀겨 내면 잡냄새가 주는 데다 연한 뼈째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튀김은 고열량 음식이라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흑인 노예에게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됐다. 당시 백인의 튀김 조리법은 기름에 지지기에 가까운 유럽식 튀김법이었다. 반면 미국 남부는 양돈업이 발달해 ‘라드’로 불리는 돼지기름이 풍족해 아예 기름 속에 담가놓고 튀기는 ‘딥 프라잉(deep frying)’이 가능했다.
이 조리법이 보급되면서 닭튀김은 백인 농장주의 식탁에도 오르기 시작했다. 미국 남부 켄터키 주에서 닭튀김을 팔던 커널 샌더스(1890∼1980)는 1952년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로 건너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이라는 점포를 냈다. 이를 모태로 한 프랜차이즈 점포가 미국 전역을 넘어 세계 80여 개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흑인 노예의 ‘솔 푸드’는 전 세계인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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