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베이 샌즈 리조트·리조트 월드 센토사 2곳 작년 매출 6조…라스베이거스와 맞먹어 국내외 자본 투자규모 11조…영종도는 4조 10년간 철저한 타당성 조사…부작용 최소화
깔끔한 거리, 동남아 금융 중심지, 깐깐한 사회통제시스템. 싱가포르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이다. 2013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6만2400달러의 부국이지만 거리환경을 위해 껌 판매도 통제할 정도로 엄격한 ‘아시아의 도덕국가’. 이런 싱가포르에서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가 2010년부터 영업을 하고 있다. ‘도덕국가’ 싱가포르가 강한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카지노에 문호를 개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싱가포르에는 현재 2개의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IR)가 있다. 11만9000m²의 바다 매립지에 객실 2516개의 57층 호텔 3동을 세운 ‘마리나베이 샌즈 리조트’와 테마파크 유니버셜 스튜디오까지 있는 49m² 규모의 ‘리조트 월드 센토사’다. ‘왜 싱가포르에 카지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우선 두 복합리조트의 매출에서 찾을 수 있다. 2010년 개장 첫해 43억 달러(약 4조4032억원)를 기록했고, 2007년부터 계속 줄던 관광객은 20.2%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당시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싱가포르는 국내총생산(GDP)이 14.%, 세수가 7.7% 늘었다. 매출은 계속 늘어 2013년 6조원으로 라스베이거스에 맞먹는 규모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PWC는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가 2014년 65억 달러, 2015년 71억 달러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발 빠르고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정책 지원
싱가포르 성공에서 우선 주목할 점은 과감한 투자다. 최근 뜨거운 영종도 복합리조트 개발과 관련된 투자 규모는 사업건별로 1조9000억원에서 4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투자”라는 비판이 있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두 복합리조트 조성에 국내외 자본이 무려 11조원이나 들어갔다. 해외자본 유치도 적극적이어서 2006년 미국 샌즈 그룹에 사업권을 허가할 때 다른 나라에 비해 라이선스 기간이나 세율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줬다. 권영기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사무국장은 “규모의 싸움인 복합리조트는 과감한 투자와 국가차원의 지원정책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며 “싱가포르는 발 빠르게 복합리조트에 투자와 지원을 했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타당성 조사서 부작용 대책까지…90년대 말부터 차근차근 준비
싱가포르의 성공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은 또 있다. 복합리조트산업 전문가인 성철경 강원랜드 경영기획팀장은 “싱가포르의 성공은 단순히 2∼3년 준비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며 “10여년전부터 타당성 조사와 준비, 부작용 대책을 연구했다”고 강조했다. 성 팀장에 따르면, 강원랜드가 설립된 1998년에 이미 싱가포르는 복합리조트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었다. 카지노를 합법화한 2004년 이후에는 투자유치와 부작용 방지대책을 단계적으로 준비했다. 성 팀장은 “무역과 금융의 아시아 허브이던 싱가포르는 경쟁국가의 부상으로 서서히 한계를 맞자, 미래의 캐시카우(cash cow)로 복합리조트를 주목했다”며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시장 기반의 타당성 조사와 대책을 철저히 준비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2004년 카지노 허용 당시 75%에 달했던 반대 여론을 고려해 부작용 방지대책에 공을 들였다. 내국인에 대한 100 SGD(약 8만1000원)의 높은 입장세와 카지노 내 대출 금지 등의 내국인 보호 안전장치, 단지 내 카지노 면적 제한, 필수시설(MICE, 엔터테인먼트, 관광명소, 쇼핑) 명시 등이 이런 준비 과정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