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안의 국자들이 많아요. 남들에게 국 맛을 건네주면서도 자신은 그 속에 푹 빠져 있어 맛을 제대로 모르는 겁니다.”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A 스님은 요즘 세태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문득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축구 4 대 0으로 가나에 침몰. 축구계의 세월호를 지켜보는 듯한 경기였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설화 아닌 ‘트위터 화(禍)’를 당한 소설가 이외수 씨의 일도 떠올랐다. 그는 누리꾼들의 비판에 “속수무책으로 침몰했다는 뜻인데 난독증 환자들 참 많군요. 게다가 반 이상이 곤계란들”이라고 반박했지만 곧 백기를 들었다. 글을 다루는 소설가조차도 그 짧은 글에 무너졌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재빠른 활용이 문명인의 척도가 된 시대의 단면 아닐까 싶다. 자신의 몇 마디 글을 여기저기서 퍼서 나르고, 때로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시켜주는 SNS의 즉각적인 반응과 매력은 현대인들이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식사 중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인단을 기존 320여 명에서 6000명으로 확대하자는 총무원의 선거법 개정안도 화두가 됐다. 이 안은 숫자만 보면 크게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놓치고 있다. 종단 안팎에서 선거법 개정을 주장하는 이유는 제한된 인원에게만 투표권에 주어지면서 노출되는 금권선거 시비와 선거인단의 권력화를 막자는 것이다.
“조계종 스님이 1만2000여 명입니다. 이럴 경우 스님들은 투표권 있는 스님과 없는 스님, 두 부류로 나뉘네요. 조계종이 직선제도 못하고, 비구니라는 이유로 선출직조차 개방하지 않는 것을 알면 바깥세상에서 놀랄 겁니다.”(A 스님)
수시로 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자신이 속한 그룹이나 단체의 익숙한 분위기와 주장에만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국 밖의 세계와 단절되는 순간, 국자의 ‘불행’은 시작된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주장할 수 있기에 더 안타까울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 한 가지 맛밖에 모르면서 그 맛을 세상의 전부인 양 착각하는 국 안의 국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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