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과 처연하게 어우러진 비극적 사랑의 굿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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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

연극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에서 전쟁에서 패한 나라의 공주가 숨진 이들을 위해 진혼굿을 벌이고 있다. 극단 자유 제공
연극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에서 전쟁에서 패한 나라의 공주가 숨진 이들을 위해 진혼굿을 벌이고 있다. 극단 자유 제공
고대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비극적 사랑이 굿판, 영상과 처연하게 어우러진다. 연극 ‘꽃, 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김정옥 극본·최치림 연출)다. 대립하던 두 나라가 평화를 위해 왕자와 공주를 결혼시키려 하지만 결국 전쟁이 벌어지고 두 사람의 운명은 비극을 향해 달려간다.

‘꽃, 물…’은 김정옥 씨가 극본을 쓴 ‘노을을 날아가는 새들’(1992년) ‘화수목 나루’(2001년)에서 공주와 왕자의 운명적 사랑이라는 모티브를 따 와 새롭게 만든 작품이다. 결국 공주의 나라는 패해 왕은 전사하고 왕비는 자결한다. 공주는 이웃 섬나라로 피신하라는 오빠의 명을 거역하고 전쟁으로 숨진 이들을 위해 진혼굿판을 연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전쟁이 얼마나 처절하게 인간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인간을 위로하는 처연한 몸부림이 펼쳐지는 것.

‘꽃, 물…’에서 영상은 핵심 요소로 무대를 강렬하게 채색한다. 굿을 하는 공주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과 현재가 수시로 교차하는데, 행복했던 기억과 불행했던 기억은 영상을 통해 영화처럼 펼쳐진다. 무대미술 장인인 이병복 씨가 미술감독을 맡았다.

최치림 연출가는 “무속, 영상, 드라마를 결합시켜 오페라나 콘서트처럼 만들었다. 한국적인 정서를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통 연극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형식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악에 전자오르간을 섞은 음악을 사용했다.

진도 지역의 무속도 표현돼 있다. 극 중 숨진 이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현실에서 스러져 간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도 담겼다. 올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연극올림픽 참가작이다. 18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만∼5만 원, 1544-1555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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