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스쿨 1, 2
스튜어트 깁스 글·김경희 옮김/각 권 176쪽, 212쪽/각 권 1만 원·주니어RHK
열세 살 중학생 벤 리플리는 존재감이라곤 없는 평범한 소년이다. 여자애들에게 말 한마디 못 걸어보고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집에 돌아온 벤은 거실에서 턱시도를 입은 CIA 요원과 느닷없이 마주한다. 요원은 벤에게 슈퍼 스파이를 키우는 스파이 스쿨의 입학 허가를 알린다.
벤은 홀린 듯 스파이 스쿨에 입학하고 첫날부터 온갖 망신을 당한다. 예비 스파이를 꿈꾸는 천재들이 한데 모였지만 일반 학교와 크게 다를 것도 없다. 벤을 궁지에서 구해준 친구는 말한다. “패거리 지어 다니는 애들, 실력 없는 선생님, 무능한 행정실 직원, 끔찍한 급식, 학교 폭력. 여기도 다 있어. 게다가 여기서는 이따금씩 누가 널 죽이려 들기도 할 거야.” 최악이다. 설상가상으로 첫날 밤 벤의 기숙사 방에 자객이 침입한다.
사실 벤은 학교에 숨어든 이중 첩자를 밝혀내기 위한 ‘미끼’였다. 수학을 잘하고, 집이 스파이 스쿨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말이다. 암호학 천재로 위장된 벤은 특급 천재 소녀 에리카의 도움으로 이중 첩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아이들의 활약이 돋보일수록 스파이 스쿨의 허술함과 CIA의 무능함이 드러난다. 교장실의 비밀번호는 교장선생님의 부실한 기억력 때문에 ‘12345678’. 보안실 출입문을 통과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손바닥 전체 지문과 망막을 인식하고, 목소리 판독까지 하지만 고장이 나서 결국 수동으로 문을 연다. CIA 요원은 투덜거린다. “첨단 기술은 무슨 놈의 첨단 기술. 무조건 가장 싼값을 부르는 업체에 하청을 주니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어른들에게 벤은 거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부속품에 불과하지만, 우왕좌왕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에리카와 벤이다.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고, 그 첩자는 학교를 몽땅 날려버릴 커다란 폭탄을 지하에 설치하는데…. 마지막 장까지 독자를 끌고 가는 서사의 힘이 탄탄해 읽는 재미가 있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틀고 꼬집는 유쾌한 유머 속에 10대의 고민과 고군분투가 명랑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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