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별별 예쁜 책]열두달 꽃과 나무가 주는 소박한 가르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4일 03시 00분


◇정원일기/이귀란 글·그림/232쪽·1만6000원·스윙밴드

국화 향기 가득한 정원에서 서성대다 내친 김에 정원도구를 손질한 날 그린 그림. 스윙밴드 제공
국화 향기 가득한 정원에서 서성대다 내친 김에 정원도구를 손질한 날 그린 그림. 스윙밴드 제공

8년 전 마주한 것은 돌보는 이 없는 휘휘한 마당이었다. 매화나무(알고 보니 살구나무)에 마음을 빼앗겨 마당이 딸린 빌라 1층집으로 이사했다. 하나둘씩 꽃과 나무를 심으며 정원을 가꿔 나갔다. 중·고등학교 미술교사 출신인 저자는 겨울을 이겨낸 봄날의 새싹과 꽃을 작은 스케치북에 그리기 시작했다. 꽃을 보면서, 눈 맞춤 하면서 그 새초롬한 모습에 감탄하면서.

책장마다 손으로 그린 고운 꽃이 화르르 피어난다. 책에 실린 꽃과 나무 그림이 250점이 넘는다. 3월에는 무늬꽃다지와 팬지, 앵초와 제라늄, 5월에는 원평소국, 암담초, 개양귀비, 8월에는 목엉겅퀴, 솔나리, 겨울에는 동백꽃이 배시시 웃는다.

그림 옆에는 정원에서 얻은 소박한 가르침을 담담하게 적어 넣었다. 꽃봉오리가 입을 열어 어여쁜 꽃을 보여주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멘트 벽 틈에 피어난 제비꽃에서는 희망을 배운다. 영하의 날씨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남으려는 겨울의 꽃들은 인생을 가르쳐주는 선생이다.

‘햇빛과 바람과 물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꽃들을 통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배웠고, 정성을 쏟으면 쏟는 만큼 정직하게 기쁨을 주는 꽃들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꽃과 더불어 매일매일 감동했습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정원일기#꽃#그림#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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