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저작권센터서 인세업무 대행… 천안함 폭침후 대북제재… 돈 묶여
인세 내지 않아도 법적문제는 없어
백석(1912∼1996)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다산북스)의 개정판이 2월 말에 나왔다. 2005년 초판을 찍은 이 시집은 최근 3년간 나오지 못하다가 올해 새로 단장해 선보였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백석은 ‘이북 작가’라는 꼬리표 때문에 1987년에야 창비에서 첫 시선집이 나왔다. 이후 문단과 학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백석의 여러 저작이 남한에서 출간됐다. 모두 저작권 협약 없이 펴낸 출판물이었다.
2009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북한 작가동맹 중앙위원회와 북한 저작권사무국으로부터 백석을 비롯해 시인 이용악, 소설가 송영 한설야, 동화작가 현덕 등 북한 작가 10명의 저작권을 위임받았다. 재단 산하 남북저작권센터에서 북한 작가 10명의 저작권 업무를 대행한다.
백석의 경우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 전집이나 선집은 인세 10%, 어린이·청소년용은 7∼8% 선으로 국내 기준에 따라 적용했다. 당시 다산북스는 소급 적용한 인세 600여만 원을 냈고, 저작권 계약을 맺는 대신 기존에 찍어놓은 책을 모두 소진한 뒤 절판하기로 했다.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는 “재고를 다 팔고 재계약을 하려 했지만 북측에서 남한 출판사 여러 곳에 흩어진 백석 저작을 한 출판사에 모아서 관리하고 싶다고 해서 포기했는데 올 초 다시 시집 계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선인세 300만 원, 인세 10%로 계약서를 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돈은 남한에 묶여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5·24 대북 제재 조치가 나온 뒤에는 북측으로 현금을 보낼 수 없게 돼서다. 남북저작권센터 측은 “현금 반출이 되지 않아 인세를 물건으로라도 보내려고 했는데 안 됐다. 인세를 센터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저작권센터가 위임받은 북한 작가의 저작권은 2009년에 맺은 10명이 전부다. 그 이후로는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추가 협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10명 이외에 저작권 보호기간인 사후 70년이 지나지 않은 북한 작가는 출판사가 알아서 저작권 문제를 처리한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펴내는 창비는 남한에 생존해 있는 작가의 먼 친척에게 인세를 지급한다.
출판사 측이 남북저작권센터에 ‘북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알려진 ○○○의 저작을 이용하고자 하니 센터에서 저작권 상황을 파악해서 적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뒤 출간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필수사항은 아니다. 한 출판사의 저작권 담당자는 “남북저작권센터의 법적 지위가 분명하지 않고 인세를 내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저작권의 기본인 북한 작가의 생몰연도조차 제대로 확인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출판계에서는 센터를 미심쩍게 여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조선작가동맹 위임장에 백석의 맏아들 백화제가 서명한 것으로 돼 있는데 그 서명이 진짜인지 누가 알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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