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건축가 이토 도요오 “개인의 표현에 집착하는 건축가엔 미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8일 03시 00분


프리츠커상 수상 日건축가 이토 도요오 ‘내일의 건축’ 출간

이토 도요오 씨가 설계한 센다이 미디어테크의 전경(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7층 천장 일부가 내려앉은 모습. 이토 도요오 건축설계사무소 제공
이토 도요오 씨가 설계한 센다이 미디어테크의 전경(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7층 천장 일부가 내려앉은 모습. 이토 도요오 건축설계사무소 제공
면접 때 누구나 받는 질문. “이 전공을(일을) 왜 택했습니까?”

건축을 지망한 이의 보편적 답변은 ‘사람들이 쓰기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다. 지난해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오(伊東豊雄·사진) 씨는 최근 펴낸 ‘내일의 건축’ 첫 페이지에서 이 질문에 대한 묵은 기억을 끄집어내 다시 답한다.

“경제에 지배당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건축은, 건축가의 윤리나 선의를 훨씬 초월한 힘에 의해 만들어지고 파괴된다.”

세월을 건너와 문득 옛일을 돌이킨 선배의 감상적 냉소나 자괴가 아니다. 책의 시작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 11일이다. 이토 씨가 설계한 미야기 현 센다이 시의 미디어테크 개관 10주년 행사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센다이 미디어테크는 1995년 한신 대지진의 경험을 교훈 삼아 벌집 모양 슬래브구조 등 치밀한 내진설계 기술을 적용해 완성한 건물이다. 7층 천장 일부가 내려앉고 진열된 책이 모두 바닥으로 쏟아졌지만 건물에 머물던 사람 중 누구도 부상을 입지 않았다. 일본인으로는 6번째로 ‘건축계의 노벨상’을 받은 데는 대지진을 무난히 견뎌낸 이 건물의 영향이 적잖았다.

하지만 지진 발생 한 주 뒤 센다이 시장과 미디어테크 직원들에게 보낸 이토 씨의 편지에는 능력 부족을 자책하는 깊은 회의가 가득하다. 4월 초 센다이 시 복구 현장을 둘러본 그는 스스로에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사회에, 건축가는 정말 필요한 존재일까?

“복구 현장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제안은 주로 토목전문가에게 들어온다. 건축가는 자신을 불러주지 않는 데에 실망하지만 그 책임은 건축가에게 있다. 평소 개인의 표현 행위에만 집착하지 말고 좀더 겸허한 자세로 사회 활동에 참여해야 했다.”

이토 씨는 지진 직후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함께 피해 복구를 위한 건축가 모임을 결성한다. 현장을 찾아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공공시설 ‘모두의 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개인의 표현에 대한 집착을 초월하지 못하는 건축가에게 미래는 없다”는 73세 노건축가의 실천 앞세운 일침. 매섭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토도요오#센다이미디어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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