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속 어린이는 가상 캐릭터라 괜찮다?… 日 ‘아동 포르노 처벌법’ 만화 제외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시장보호 노린 이중잣대” 비판에 작가들 “규제땐 표현자유 위협”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한 만화책 상점에 진열된 성인용 잡지의 표지. 어른인지 청소년인지 알 수 없는 외모의 여성 캐릭터가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다. CNN 화면 캡처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한 만화책 상점에 진열된 성인용 잡지의 표지. 어른인지 청소년인지 알 수 없는 외모의 여성 캐릭터가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다. CNN 화면 캡처
“포르노 만화 속 어린이 캐릭터는 실제 어린이가 아니다. 포르노 만화는 현실 속 어린이와 무관하므로 실질적인 피해자도 없다.”

“편리한 궤변일 뿐이다. 어린이 캐릭터가 나온 포르노 만화를 보여주며 어린이 성폭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설득한 사례도 있다.”

일본 만화시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음란 만화에 대해 새로운 논란이 번지고 있다. 계기는 일본 의회가 18일 의결한 새 어린이청소년포르노사범 처벌법. 이 법은 어린이 또는 청소년 포르노물 관련 사범을 1년 이하 징역형 또는 100만 엔(약 999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논란이 되는 대목은 만화 또는 애니메이션 매매에 대해서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CNN방송은 “교복을 입고 머리핀을 꽂은 순진무구한 얼굴의 소녀 캐릭터가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성행위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만화를 도쿄 아키하바라의 수많은 만화 상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일본의 만화책과 만화잡지 매출은 36억 달러(약 3조6600억 원), 애니메이션 시장 매출은 23억 달러(약 2조3400억 원)에 이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계 만화 시장 매출 규모는 9조 원. 일본 어린이복지사업 관계자들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 같은 시장을 보호할 요량으로 불합리한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사타다 쓰치야 자민당 의원은 “어린이와 청소년 캐릭터를 앞세운 포르노 만화는 ‘표현의 자유’라는 보호막을 씌울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겐 아카마쓰 만화가협회 대변인은 “만화 내용과 표현에 대한 검열과 제재는 만화시장 전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펜을 들고 법 위반을 걱정하는 만화가에게서는 좋은 작품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3월 발행된 일본 경찰청 백서에 따르면 2012년 일본 내 어린이 성폭행 피해자 수는 1년 새 20% 증가했다. 청소년 포르노물 범죄는 1596건으로 1999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포르노#어린이#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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