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렸을 때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떼어내면서 이미 넓은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삶은 무거웠다. 어느 날 걷다 지쳐 자전거를 발견했다. 어릴 적 자전거의 꿈이 되살아났다.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볼까. 산 속으로, 강변으로 하염없이 자전거를 몰았다.
아내는 ‘이 남자가 바람이 났나’ 의심하다가 결국에는 ‘미쳤다’는 진단을 내린다. 그래, 나 미쳤다. 죽지 않기 위해 자전거를 타련다. 어른이 돼서 자전거에 빠진 남자들은 안다. 자전거를 탈 때 맞는 편안한 뒷바람과 고통스러운 앞바람, 정말로 미치도록 시원한 풍광, 심장이 터질듯 괴로운 오르막 후에 등장하는 내리막의 스릴감.
그래, 죽을 만큼 힘들어도 견뎌보자. 인생의 내리막을 신나고 흥겹게 내려올 수 있는 남자가 진짜 사나이 아니겠는가. 》
산에 미쳐 살다가 산이 맺어준 인연으로 중견 아웃도어 회사를 일군 오디바이크 최영규 대표(사진), 콘크리트에 옻칠을 하거나 찌그러진 달항아리를 만드는 이헌정 도예작가, 세 명의 평범한 우리 시대 회사원 남자들이 이번 6월 MAN 섹션에 ‘거부할 수 없는 자전거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깨달았다. 남자와 자전거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방감에 대한 열망,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욕구, 수컷의 열정, 가장과 아버지로서의 책임과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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