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의 힐링투어]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로 떠나는 ‘일본 고(古)도시 크루즈’의 참맛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日 古都 순례하는 초호화선… 음식-쇼-‘온천료칸’ 맘껏 즐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선미 16층 덱. 동그란 그늘막 아래가 전통료칸에서 볼 수 있는 노천탕 스타일의 야외욕장이고 그 뒤 한 층 아래에 야외풀이 있다. 요코하마(일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선미 16층 덱. 동그란 그늘막 아래가 전통료칸에서 볼 수 있는 노천탕 스타일의 야외욕장이고 그 뒤 한 층 아래에 야외풀이 있다. 요코하마(일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크루즈는 ‘어르신을 위한 여행’이란 통념이 있다. 매일 짐을 싸서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자고 나면 새로운 여행지로 데려다주고, 호텔수준 시설의 배에서 극진한 서비스를 받으니 어르신에게 더없이 편리한 여행이란 점에서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달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의 ‘일본 고(古)도시 크루즈’를 경험해보고 이런 통념을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나같이 아직도 배낭여행을 마다않는 액티브한 50대 여행전문기자에게도 크루즈여행은 매력만점의 호사여행이란 걸 느끼게 해줘서다.

그뿐이 아니다. 서너 살짜리 아기를 동반한 30대 부부에게도, 모처럼 만나 수다 떠는 것을 인생최고의 행복으로 생각하는 40대 주부의 동창생모임에도, 따분한 상사와 갑갑한 조직에서 탈출해 모처럼 자유로움을 찾아 무작정 휴가를 떠난 20대 직장여성에게도 크루즈는 환상의 쉼터이자 도피처였다. 배안에 갖춰진 모든 것이 이들을 만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이니까. 그러니이제부터는 이렇게 말하자. 크루즈는 ‘그 자체로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여행’이라고.


18층 호텔 규모, 부산항 들르는 코스도 마련

승선을 환영하는 선장주최 파티가 아트리움이라 불리는 로비에서 한창이다. 턱시도  등 정장과 칵테일 드레스 차림의 승객들이 수백개 유리잔으로 쌓은 탑에 샴페인 붓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승선을 환영하는 선장주최 파티가 아트리움이라 불리는 로비에서 한창이다. 턱시도 등 정장과 칵테일 드레스 차림의 승객들이 수백개 유리잔으로 쌓은 탑에 샴페인 붓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오전 8시 김포공항을 떠난 일본항공 JL090편이 하네다 공항에 내린 건 오전 10시 10분. 나는 버스로 도쿄의 외항인 요코하마를 찾았다. 일본 최고의 연휴인 ‘골든위크(4월 말∼5월 초 공휴일이 모인 일주간)’를 맞아 11일 일정으로 이날 오후 6시 출항하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이 배는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미국)인 프린세스크루즈(총18척)가 2004년 일본에서 건조한 선박. 일본과 한국 중국 대만 러시아를 연계한 극동크루즈 코스로 매년 4∼10월에 운항(입출항은 요코하마) 중이다.

이 배는 최근 리노베이션을 끝냈다. 내가 승선을 결정한 것도 그 소식을 듣고서다. 리노베이션 자체가 극동크루즈 활성화를 겨냥해 동양인 고객의 취향을 좀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시아인의 감성을 배려하고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궁금했다. 다른 크루즈선사의 경우엔 구미 서양인 취향에 맞춰 건조한 선박을 가져와 쓰는 경우가 많아서다. 배는 프린세스크루즈의 18척 선단 중 두 번째로 고급스러운 ‘그랜드’급. 총톤수 11만5875t(길이 290m 폭 37.5m)에 승객 2670명과 승무원 1100명이 탄다. 갑판은 18개 층. 호텔로 치면 18층 규모다.

크루즈선에 타려면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2000여 명이 출국수속과 세관검색에 짐까지 부쳐야 하니 줄을 서서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일찍 도착하는 게 최고의 선택이다. 오후 6시. 요코하마 항 고층건물 사이로 석양이 내려앉았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도 그즈음 출항했다. 일정은 아오모리∼도야마∼마이즈루∼부산∼후쿠오카∼나가사키∼요코하마. 이 열하루 중 내 일정은 부산에서 내리기까지의 7일간. 내 일정 중엔 온종일 항해만 하는 날도 이틀이나 들어 있다. 이틀째(요코하마∼아오모리)와 엿새째(마이즈루∼부산)가 그날인데, 무료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는 정반대였다. 넓은 배안에 여러 다양한 즐길거리를 찾아다니는 재미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크루즈선 자체가 여행지라는 말을 실감했다.

빈틈없는 선상대피훈련에 안전 걱정 사라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극장에서 매일 저녁 펼쳐지는 쇼 중 하나인 ‘두 유 워너 댄스’. 무료입장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극장에서 매일 저녁 펼쳐지는 쇼 중 하나인 ‘두 유 워너 댄스’. 무료입장이다.
크루즈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25달러에 와인 6종을 테이스팅하며 배우는 와인클래스.
크루즈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25달러에 와인 6종을 테이스팅하며 배우는 와인클래스.
사실 그 배가 출항한 시점은 세월호 사건으로 배 여행 자체가 기피됐던 때였다. 나 역시 승선이 내키지 않았던 게 사실. 그런데 첫날 선상대피훈련에 참가하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승무원을 보고 나서다. 이들은 이 훈련을 매주 반복한다고 했다. 훈련은 단순했다. 경보를 들으면 객실의 구명의를 챙겨 구역별로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전부다. 그 이후는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이 간단한 절차를 무시한 게 세월호 사건의 원인이라니 더더욱 가슴이 아팠다. 아쉬웠던 점은 모든 훈련을 영어로 한 것. 불편을 덜려면 9명인 한국인 승무원을 더 늘려야 할 것 같았다. 관련해 파브리지오 마레스카 선장(이탈리아)으로부터 들은 말도 인상적이었다. “선장의 임무는 순간순간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그건 정면의 텅 빈 수평선 앞에서도 다르지 않다.” 세월호 선장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었다.

크루즈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역시 먹고 마시고 즐기는 호사스러운 일상.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식당 10개(뷔페 2·정찬식당 5개 포함)와 바 8곳(나이트클럽 2개 포함), 쇼 공연장과 야외영화관, 럭셔리 스파와 바다전망 짐(Gym·피트니스센터), 풀 4개(실내외)와 야외 자쿠지를 갖추고 있다. 크루즈여행 경비엔 모든 식사가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좀더 품격 있는 식사를 원하는 이를 위해 특별한 식당(추가비용 부담)도 따로 두고 있다. 이 배에도 세 곳이 있는데 비용은 1인당 미화 25달러(2만5000원가량). 그중 스털링 스테이크하우스에선 최고급 스테이크가, 사바티니에선 고급 이탈리안 요리가 다섯 코스로 나온다. 모든 식당의 와인리스트도 기막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지방의 750년 역사가문인 프레스코발디 와인(35달러) 등 다양한 면세와인을 저렴하게 제공한다.

아오모리-마이즈루 등 기항지 투어 매력

세계최초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생긴 스시식당 ‘카이’. 4월 개장했다.
세계최초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생긴 스시식당 ‘카이’. 4월 개장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실내와 시설은 이번 리노베이션을 통해 더욱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바뀌었다. 핵심은 새로 설치한 ‘스시바 카이(두 점에 5달러 내외)’와 일본 온천료칸 스타일의 고급목욕장 ‘이즈미(90분에 20달러)’. 모두 크루즈선박 사상 최초의 시설로 한일 양국 승객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카이는 먹은 만큼 지불하는 특별 식당이다. 이즈미에는 자쿠지 형태의 로텐부로(노천탕)도 있는데 해상에서 노천욕이란 호사를 체험할 수 있다. 선박 15층엔 바다를 보며 운동하는 짐과 핀란드식 사우나도 있다. 역시 추가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크루즈여행에선 기항지마다 지상투어를 운영한다. 내 일정엔 아오모리(혼슈 최북단도시)와 마이즈루(교토의 외항), 다카오카(도야마 외항)가 있었는데 나는 그룹으로 하는 버스여행 대신 혼자서 기차와 버스로 자유여행을 즐겼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는 10월까지 홋카이도 일주에 사할린섬(러시아) 방문을 추가해 운항(열흘 단위)한다. 홋카이도 여행의 백미인 시레토코 반도와 구시로 습원, 하코다테를 다 돌려면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장거리 난코스다. 그런데 크루즈 선박으로는 접근이 너무도 쉽다. 그중에서도 최고일정을 고르라면 7월 26일과 8월 4일 출발하는 9박 10일 일정. 기항지 아오모리 시내에서 ‘네부타 마쓰리(축제)’를 볼 수 있어서다.

지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도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별빛 아래서 영화감상’이라는 풀사이드 야외극장의 대형모니터로 축구경기를 생중계해주기 때문이다. 4년 후 월드컵에선 나도 크루즈선에서 월드컵 응원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요코하마(일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현대 크루즈의 ‘원조’… 年 190만명에게 ‘꿈의 여정’ 선물 ▼
크루즈 배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
프린세스크루즈의 명성


18층 호텔 규모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18층 호텔 규모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휴가는 현명하게!’(Vacation Wise!) ‘크루즈는 자체로 여행의 목적지가 된다’(Cruise ship is a destination for the passenger).

우린 이 말에 귀 기울일 이유가 있다. 지금의 현대적 크루즈여행을 기획하고 그에 적합한 고급 크루즈선박을 건조해 52년째 운영 중인 이 분야 선구자의 말이라서다. 그는 스탠리 맥도널드. 최초의 현대적인 크루즈선사이며 지금도 가장 인기가 높은 프린세스크루즈(미국)의 창업자다. 10개 크루즈선사 연합체인 카니발크루즈(미국)의 총매출 중 19%가 프린세스크루즈에서 나온다.

그의 창업스토리는 인상적이다. 때는 시애틀(워싱턴 주)에서 세계무역박람회가 열린 1962년. 당시 그의 회사는 참가자의 육상수송을 전담했다. 그런데 호텔객실이 크게 부족했다. 고민하던 그에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전세 여객선을 호텔로 쓰는 것이었다. 그는 열흘간 배를 빌려 엿새는 참가자 수송에, 중간 나흘은 해상호텔로 이용해 숙박난과 수송문제를 해결했다. 그게 크루즈사업에 눈을 뜨는 계기. 그것이 실제 사업으로 구현되는 데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로열급 크루즈십에 세계 최초로 설치된 선체 돌출형 유리바닥 전망산책통로. 프린세스크루즈 제공
로열급 크루즈십에 세계 최초로 설치된 선체 돌출형 유리바닥 전망산책통로. 프린세스크루즈 제공
첫 배는 캐나디안퍼시픽(캐나다철도회사)으로부터 임대한 이탈리아 호. 세계최초의 크루즈여행 전용선인데 마침 선주의 도산으로 항구에 묶여 있던 상황이었다. 그는 460명을 태우고 아카풀코(멕시코의 태평양변 해양휴양지)로 떠났다. 그 배엔 ‘페트리샤 프린세스’란 이름을 붙였다. 프린세스크루즈의 첫 항해 주인공이자 현대 크루즈여행의 문을 연 배다. 그리고 52년이 지난 지금 프린세스크루즈는 연간 190만 명이 18척 배에 타고 4∼111일 일정으로 전 세계 360곳을 여행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코스는 150개, 한번에 승선하는 규모도 600명에서 3000명(로열 클래스)으로 늘어났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미국 TV 시리즈 ‘러브보트(크루즈 선박 승무원 106명이 펼치는 코믹드라마)’의 무대도 바로 이 회사의 아일랜드 프린세스 호다.

초창기와 21세기 현재의 크루즈여행은 하늘과 땅 차이다. 카지노는 기본이고 일본 온천식 목욕장과 성인전용의 선두(船頭)발코니 쉼터, 다양한 식당에 24시간 룸서비스(객실로 식사배달), 발코니 객실에 야외영화관, ‘돌출유리바닥 해상전망대(스카이워크·Skywalk)’와 선내 TV방송국까지 갖추고 있는 등 호사의 극치를 달린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이 바로 여기, 프린세스크루즈(www.princesscruises.co.kr 02-318-1918)다.

■Travel Info

프린세스크루즈 한글홈페이지(www.princesscruise.co.kr)에 상세한 모든 정보가 있다. 한글 브로셔도 요청하면 무료로 보내준다. 문의 및 예약 02-318-1918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출항일정(출항과 입항은 도쿄 외곽 요코하마 항):열흘 간격 ▽6월:29일 ▽7월:8, 17, 26일 ▽8월:4, 13, 22, 31일 ▽9월:9, 18, 27일 ▽10월:6일 ▽한국 부산 출항:6월 29일, 7월 8, 17일, 9월 18일 ▽제주도 출항:8월 31일, 10월 6일

일본항공 올해로 한국취항 50주년. 최근 홈피(www.kr.jal.com)의 항공권 구매 서비스를 새로 단장했다. 02-757-2711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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