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를 전후한 식민지 조선의 근대 풍경을 포착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오늘날 성윤리 및 가족윤리의 근대적 기원을 탐색했다. 1930년대 신문 독자상담 코너의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마마보이, 폭력남편, 바람둥이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분석했다. 성폭행 피해 여성을 간통녀로 취급하고, 자유연애에 대한 공포로 상대적으로 동성애에 관대했으며, 유교사회에서 남녀평등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폭발해 오늘날 ‘시(媤)월드’의 원형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제이슨 머코스키 지음·김유미 옮김/360쪽·1만7000원·흐름출판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 ‘킨들’ 개발책임자가 들려주는 ‘책의 미래’에 대한 전망. 인류의 모든 책 내용이 디지털화해 단 ‘한 권의 책’으로 접근 가능할 것이라는 삭막한 예측이 눈길을 끈다. 이는 직선적 독서경험만 제공하는 ‘리딩 1.0’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역동적 독서경험을 제공하는 ‘리딩 2.0’으로 발전할 것이란 훈훈한 전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역사시대 이후 차가운 문자 위주의 독서가 원시시대의 따뜻한 음성 위주의 독서로 돌아갈 것이란 보다 아날로그적이고 역설적 귀결에 이른다.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 페리 앤더슨 지음·김현일 옮김/800쪽·3만8000원·현실문화
영국 신좌파(뉴 레프트) 역사학을 대표하는 저자(76)의 대표작. 지난해 영국 버소 출판사가 출간한 40주년 기념판을 새로 번역했다. ‘왜 자본주의가 서유럽에서 출현했는가’라는 문제의식의 답으로 첫째 사적 소유권과 절대주권 관념이 발달한 고대 로마법의 유산, 둘째 통치권의 분산으로 인한 중세도시의 발전이란 서유럽 상부 구조의 특성이 농노제 해체와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마르크스의 ‘아시아적 생산양식’에 대한 비판적 보론도 추가됐다. 자매편인 ‘고대에서 봉건제로의 이행’(유재건 한정숙 옮김)도 함께 나왔다.
이름과 필연 솔 크립키 지음·정대헌 김영주 옮김/240쪽·1만5000원·필로소픽
‘이름은 실체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유명론 전통을 계승한 영미 분석철학계에 큰 충격을 가져온 1970년 프린스턴대 특강을 엮은 책. 현 뉴욕시립대 교수인 저자(64)는 서른 살에 펼친 이 강연으로 ‘비트겐슈타인 이후 최대 충격’이란 명성을 얻었다. 이름은 지칭체가 지닌 속성의 집합일 뿐이라는 분석철학의 통념을 깨고 플라톤이란 이름은 ‘소크라테스의 제자’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이라는 속성을 뛰어넘어 유일무이한 플라톤의 실체를 지칭한다는 것. 따라서 경험적 진리 중에도 필연적 진리가 있음을 논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