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도자들의 수첩에는 무엇이 쓰여 있고, 그 크기는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이었습니다.
참석자 중 여러 분의 의견은 “박근혜 대통령이 쓰고 있는 수첩은 크기가 좀 작지 않냐”는 것이었습니다. 깨알 메모보다는 큰 수첩에 여야와 좌우, 종교, 학벌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메모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지도자가 아니기에 편한 입장에서 이런 말도 할 수 있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편한 얘기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우리 종교 지도자들의 주머니에 있는 수첩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하는 궁금증입니다. 속시원하게 말해보겠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고민은 세 분 스님의 행보에 담겨 있습니다.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 봉은사 주지 임명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외압을 주장하기도 했던 명진 스님, 명분이 있으면 협력하면서도 종단에서 ‘영원한 야당’으로 불리는 영담 스님입니다.
가톨릭 지도자는 어떨까요? 일각에서 보수의 본류라고 비판하는 염수정 추기경과 이름만 떠올려도 진보의 이미지로 다가오는 제주교구장이자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 계십니다.
안타깝게도 개신교는 특정한 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항상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입장을 내놓는 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같은 단체만 떠오를 뿐입니다. 한경직 목사님 소천 이후 교계 지도자로 어떤 분이 연상되지 않는다는 게 개신교의 불행 아닐까 생각합니다.
좀 더 쓴소리를 하자면, 점심시간에 모인 갑남을녀(甲男乙女)의 공통된 주장은 우리 종교 지도자들 역시 수첩 크기가 좀 작다는 겁니다. 객관적인 표현은 아닙니다만, 대부분의 종교 지도자들이 사람들의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는 행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을 꿈꿔봅니다. 자승 스님과 영담 스님이 손을 잡고 종단 현안인 총무원장 직선제를 위해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사회 현안에 염 추기경과 강 주교가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그런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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