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생의 힘은 견딤의 힘” 詩人의 온기 품은 충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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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새벽편지-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정호승 지음·박항률 그림/376쪽·1만4800원·해냄


시인이 전남 완도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찐빵을 사 먹는다. 맛있어서 한 개 더 집어 드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소박한 저녁 식탁에 그를 초대했다. 시인은 그가 객지 사람이 찐빵으로 저녁을 때우는가 싶어서 그랬을 거라 생각하면서 뭉클해한다. 시인은 문득 중학생 때 찾아간 외할머니 집을 떠올린다. 반기는 기색이 없어 못내 섭섭했던 그는 새벽에 자다 일어나 예상치 못한 장면과 마주한다. 손자가 자는 방구들이 식었을까 봐 첫새벽에 말없이 일어나 군불을 때는 외할머니를 보게 된 것이다.

시인은 톨스토이의 말을 되새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랑을 실천하는 길은 소박하다고 일깨운다.

2010∼2012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정호승(사진)의 새벽편지’ 30편에 새로 쓴 산문 41편을 더했다. 시인은 연로한 아버지와 함께 자신이 태어난 생가를 찾아 지난 시간을 더듬고, 군복무 중인 아들에게는 ‘인생의 힘은 견딤의 힘’이라고 일러준다. 계절의 변화, 일상의 희로애락에서도 시인의 눈은 밝게 빛난다.

‘의미 없는 고통은 없다’ ‘내일이라는 빵을 굽기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재료가 필요하다’ ‘삼등은 괜찮지만 삼류는 안 된다’ ‘신에게 귀 기울이는 것 또한 기도다’ ‘삶은 이기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라면서 인생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인의 온기 품은 산문은 메마른 영혼을 쓰다듬는 손길이고, 지친 어깨를 다독이는 응원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정호승의 새벽편지-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동아일보#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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