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 가면 ‘고가도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한때는 근대화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도시경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한 고가도로. 하지만 막상 주변에서 하나씩 철거되자, 폐기물이 된 고가도로의 교각은 예술품으로 승화된다.
왜 그럴까. 이미 사라져 버린 폐허야말로 인간의 유한함을 명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리라.
여기 목숨을 걸고 전 세계의 폐허만 골라 탐험하는 별종들이 있다. 이들의 먹잇감은 버려진 군사시설부터 폐쇄된 발전소, 하수도 배수관, 정신병원, 지하벙커, 군 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지리환경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인류학자인 브래들리 개럿도 그중 한 사람.
이른바 ‘도시탐험’의 역사는 179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탐험가 필리베르 아스페르는 잊혀진 와인 저장고를 찾아내기 위해 지하무덤인 ‘파리 카타콤’에 잠입한 뒤 그만 목숨을 잃고 만다. 그의 시신은 10년 뒤에야 발견됐다.
고립된 접근금지 구역에 잠입하다 보니 위험한 건 기본이고 현행법 위반으로 감옥에 갇힐 각오까지 해야 한다. 저자 역시 런던에서 교통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도대체 왜?”였다. 니체가 말한 ‘과거에 대한 병적인 동경’에 불과한 것 아닌가. 저자는 “안전은 보장되지만 때로는 권태로운 사회에서 우린 살고 있다. 따라서 뭔가 부족하고 답답하다고 느낄 때 그 틀을 깨는 건 우리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도시탐험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저 별난 취미를 가진 이상한 사람들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교사와 학자, 공무원, 목회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돼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
낙후지역을 탐험하는 동안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폐공간에 사는 현지 주민과 마주치면 취미활동으로 그곳을 찾는 자신들의 상대적인 부유함이 불편했다는 고백이 마음에 닿는다.
런던, 파리, 브뤼셀, 디트로이트, 체르노빌까지 온갖 폐허를 찾아다니는 도시탐험가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공간일까? 저자는 “한국은 신속한 도시화 때문에 폐허가 들어설 틈이 없다”며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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