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동부 부다가야는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성도지(成道地)로 탄생지 룸비니, 최초 설법지 사르나트, 열반지 쿠시나가르와 함께 불교 4대 성지로 꼽힙니다. 부다가야의 마하보디 사원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최근 이 사원에서 벌인 개신교 신자들의 이른바 ‘땅 밟기’ 동영상이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땅 밟기는 개신교 불모지를 직접 밟으며 전도하는 선교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젊은이 3명이 사원 내 대탑 입구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개신교식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한 스님이 중지할 것을 요청하자 이들은 “구원받지 못한 이들이 불쌍해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라고 대꾸했답니다.
땅 밟기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10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한 선교회 교육생들이 사찰이 무너지길 기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랐고, 같은 해 개신교 신자 10여 명이 미얀마 사찰에서 예배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들을 접할 때마다 의문이 꼬리를 뭅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의 땅을 왜 밟는 걸까요? 땅을 밟으면 밟힌 쪽이 개종이 되거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건가요?
한 신학자는 “본래 땅 밟기 기도는 영어식 표현인 ‘걷기기도(prayer walking)’를 번역한 것으로 걸으면서 하는 기도였다. 그러나 현재 땅 밟기 기도는 영적 대결을 추구하는 선교 운동의 한 분파적 사상이 주도해왔다”고 합니다.
땅 밟기는 개신교 내부에 남아있는 과거의 십자군식 발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사이 서유럽 기독교 국가들은 성지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명분으로 십자군 전쟁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이 약탈과 약소국가에 대한 엉뚱한 공격으로 번진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땅 밟기는 자신의 내면과 세상을 위한 기도가 돼야지, 우월적 위치에서 다른 이들을 구한다는 비정상적 선교가 돼서는 안 됩니다. 그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땅을 밟으면 밟을수록 그 땅은 좁아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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