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쓰고 보니 오글거린다. 찾아 보니 이 아저씨도 언제부턴가 1년에 한두 권씩 국내에 책이 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 수준은 아니지만 살짝 선도는 떨어지네.
그래도 저자가 상당한 고정 팬을 확보한 데는 이유가 있다. 글이 재밌으니까. 대체로 그의 책은 두 종류로 나뉜다. 여행기 혹은 역사·과학을 넘나드는 잡다한(?) 평설. 개인적으로 여행기가 더 탁월한 듯한데, 이번 책은 후자 쪽이다.
1927년 미국은 책의 부제처럼 ‘꿈과 황금시대’를 만끽하던 시절이었다. 세계 물자 총생산량의 42%를 담당했으며 금 보유량이 나머지 나라들의 보유 총량과 맞먹었다. 말 그대로 세계 유일한 초강대국이었다. 흥겨운 재즈 리듬이 어울리던 당대의 번영을 저자는 유쾌한 필치로 따라잡는다. 하지만 거기서 멈춘다면 브라이슨이 아니지. 그 흥청망청한 낙관주의 속에 감춰진 불안도 예리하게 짚어낸다. 그해 8월 사회적 편견 속에 억울하게 사형당한 이탈리아계 이민자 니콜라 사코와 바르톨로메오 반제티는 그 대표적 사례였다.
저자에 익숙하다면 또 한 번 즐거운 경험이 되겠지만 사실 내용은 좀 거리감이 있다. 영미에선 낯익은지 몰라도, 우리로선 다소 생경한 풍경이 잦다. 겨우 서너 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우리 관심 밖의 시시콜콜한 내용도 있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1927년 한반도가 궁금해졌다. 일제강점기니 흥겨울 리 만무할 터. 역시 그해 일제는 광화문을 해체하고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었다. 브라이슨이 한반도에 돋보기를 들이밀었다면 어떤 글이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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