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로 정교하게 오린 사진 속 가족 모습 실루엣처럼, 가족도 사람으로 이뤄진 조직이기 때문에 구성원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한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애인과의 새 출발에 방해가 된다며 어린 세 딸을 버린 엄마…. 최근 조간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다. 분노와 함께 이 시대에 ‘가족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한 해 부부 3쌍 중 1쌍이 이혼하는 ‘가족 혼란시대’ 아닌가. 이 때문인지 책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뭐? 가족을 고쳐준다고?’
도발적인 제목에 취해 단숨에 읽어보니 이 책은 솔직하다 못해 ‘영악’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매일 얼굴을 맞대는 가족 때문에 우리가 과연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육아를 비롯해 아내, 아이, 부모와의 갈등까지,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이 더 힘들 때가 많지 않은가. 이에 “사랑하면 가정이 만사형통하리라” “자녀와 마음을 열고 대화하라”는 식의 피상적 조언은 ‘개나 줘버려’라며 일축한다.
이 책의 핵심은 가족도 결국 사람으로 이뤄진 조직이기 때문에 구성원 간 ‘밀당(밀고 당기기)’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다소 차갑게 들리지만 저자 역시 쉽사리 내린 결론은 아니다. 쌍둥이 딸을 가진 저자는 3대가 모인 가족모임에서 사소한 문제로 온 가족이 다투는 경험을 한다. 아버지로부터 “우리 가족이 망가지고 있다”라는 한탄까지 들은 후 ‘가족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해답을 찾기 위해 가족의 삶과 행복을 다룬 책 200여 권을 읽었지만 막연하고 진부했다. 이에 가족을 하나의 조직, 즉 ‘팀’이란 관점으로 접근해 3년간 경제경영학자, 심리학자, 군 전문가, 스포츠 전문가를 찾아 가족(팀)의 행복을 증대할 실질적 해법을 연구했다.
우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용되는 ‘애자일(agile)’ 개발 프로그램을 자신의 가정에 도입했다. 작은 팀을 만든 후 팀원 간 수평적 토론 회의를 통해 상호 업무를 점검해주고 개선점을 토론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방법에 따라 부엌에 ‘해야 할 일’ ‘진행 중’ ‘끝마친 일’ 등을 명시한 보드를 붙이고 팀을 나눠 장보기, 청소하기 등 가족 일을 실천했다. 주말에는 ‘가족이 이번 주에 잘한 일’ ‘다음 주에 개선할 일’ 등 가족회의를 병행하자 가족 간 다툼과 스트레스가 50% 이상 줄었다.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짐 콜린스 교수의 의견을 참고해 유명 기업처럼 가족 구성원의 꿈을 대변할 ‘가족 브랜드’를 만들자 아이와 부모 간 연대의식이 강화됐다. 저자 가족의 캐치프레이즈는 ‘우리의 첫말은 모험, 우리의 끝말은 사랑’이다.
바이런 트롯 전 골드만삭스 부회장의 조언에 따라 자녀와 공동계좌를 만들어 방학여행비 등에 활용했더니 두 딸이 현명하게 용돈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또 하버드협상연구소의 창립자 윌리엄 유리의 협상이론을 적용시켜 아내와의 사소한 의견대립을 해소하고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에게서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일 방법을 개발하는 등 책 곳곳에 저자 가족이 겪은 생생한 사례가 소개된다.
행복한 가정이 될 방법이라지만 가족을 마치 조직원 관리하듯 대하는 저자의 관점에 반감도 생긴다. 하지만 겉으론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관계가 소원하고 서로 신뢰하지 않는, 평범하고 수많은 가정에서는 한번 읽어볼 만하다. 이렇게 구체적인 해법을 주는 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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