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충청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는 내포(예산 당진 서산 홍성 등 충남 서북부)는 19세기 초중반 피바다로 변했다. 한국 천주교의 발원지가 되면서 신유박해부터 병인박해에 이르기까지 4대 천주교 박해 사건을 온몸으로 겪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5일 오전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한 뒤 이날 오후와 17일 아시아 청년대회가 열리는 충남 당진 솔뫼성지와 서산 해미성지를 찾는다. 교황이 역사적인 한국 천주교 순교 현장에 서는 셈이다. 충남도와 서산 당진시, 홍성군 등은 귀빈 맞기에 연일 분주하다.
솔뫼성지에 백일홍 4만 본
당진시는 2일 당진문화원에서 ‘교황의 충남 방문 의미와 가치’ 등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시민들은 교황 방문 때 만개하도록 지난달 초부터 육묘장에서 키워온 백일홍 4만 본을 솔뫼성지 진입로 3km 구간에 심었다. 당진시는 특산품 해나루쌀 포장에 ‘프란치스코 교황방문 솔뫼성지 해나루쌀’이라는 문구를 넣기로 했다.
서산시는 교황의 이동로인 해미순교성지∼해미면사무소 875m 구간에 24억 원을 들여 도로를 정비하고 있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해미읍성과 해미순교성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이 방문하는 지역인 서산시 해미면과 당진시 합덕읍, 우강면 등의 주민 자치회와 협의회는 성지 중심의 마을 가꾸기 사업, 성지 소재 마을 간 상생 발전을 다짐했다.
아시아의 젊은이여! 일어나라
충남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교황 방문 행사는 ‘아시아의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춘다!’는 슬로건 아래 8월 13∼17일 솔뫼성지와 해미읍성 등지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년대회다.
교황이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교황은 대회 기간 중 15일 대전에서 열리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집전 뒤 청년대회에 참가한 각국 대표자 20명을 만나 점심을 같이하고 오후에는 솔뫼성지로 이동해 6000명의 대회 참가 청년들을 만난다. 17일 해미성지에서 열리는 대회 폐막 미사도 집전한다.
산티아고 같은 성지 순례길 조성
충남도와 서산 당진시, 홍성군은 천주교 성지 순례길 조성에 나섰다. 교황 방문 기간 지역의 성지를 널리 알리고 방문행사 이후에도 관광자원으로 삼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한 스페인 산티아고 성지 순례길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산티아고 대성당과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한명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이 순례길은 1968년 코스를 개발한 후 방문객이 연간 100명에서 21만5800여 명(2013년)으로 크게 늘었다.
순례길 주요 코스는 솔뫼성지∼합덕성당∼신리성지∼배나드리∼덕산∼한티고개∼해미읍성∼해미성지이다. 지자체들은 도로와 안내판을 정비하고 순례길 지도와 영상물, 홍보물 등을 제작했다. 순례길 정보는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4개 언어로 볼 수 있다.
솔뫼성지는 한국인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으로 복원된 그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김대건 신부는 4대가 천주교를 믿어 집안 모두가 박해를 받았다.
당진시 합덕읍 신리성지는 한국 가톨릭교회 초기부터 신자와 순교자가 나온 곳이다. 성 손자선 토마스의 생가와 조선 제5대 교구장인 성 다블뤼 안 주교의 주교관, 32기의 무명 순교자의 묘지 등이 있다.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의 해미성지는 1790년부터 100여 년 동안 수천 명의 순교자가 발생해 잔혹했던 박해 역사를 그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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