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연애해보니 송승헌도 강동원도 없었다” 귀여니 컴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17시 05분


"이윤세. 아세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반면 "귀여니"라고 말하면 '아하'하는 감탄사와 함께 머리를 끄떡인다. 그녀는 여전히 본명보다 필명으로 기억되고 있다. 작가 이윤세 씨(30·여) 씨는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누렸던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 인터넷 소설 1세대 작가. 그가 최근 라오스를 여행한 후 에세이 '어느 특별한 한달, 라오스'(반디출판)를 냈다.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에세이와 성공 이후의 좌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긴 슬럼프와 여행

"지난해 9월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1년 간 집(논현동) 반경 5㎞ 이상을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요. 만남도 기피하고, 집에서 만 지냈죠. 고독감도 극에 달했죠. 그러다 서른 살 전에 무작정 '떠나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칩거생활은 '그놈'과 연관이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 이야기가 아니다. 이 씨는 충북 제천여고 2학년인 2001년. '귀여니'란 필명으로 인터넷에 로맨스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를 연재해 큰 인기를 누렸다. 2003년 책으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2004년에는 '그놈…'과 '늑대의 유혹'이 영화로 개봉됐다. 영화 원작료만 5000만 원을 받을 정도로 큰 돈도 만질 수 있었다.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작가의 영화 원작료가 1억 원인걸 감안하면 10년 전 5000만 원은 최고 대우였다. 온 세상을 가진 듯 했다.

"공부도, 운동에도 재능이 없고, 단지 글쓰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는데…. 감당하지 못할 행운이 밀려왔어요. 물질적 혜택, 유명세까지. 처음에는 얼떨떨했지만 곧 게걸스럽게 그 행운을 누렸습니다. 앞으로도 죽 인기소설을 쓸 수 있다고 자만했죠."

하지만 일찍 맛본 성공은 점차 이 씨의 삶을 억눌렀다. 일거수일투족 주목을 받으면서 악플에 시달리게 된 것. 2004년에는 수시모집 특기자로 성균관대에 합격해 특혜 논란이, 2005년에는 이 씨 소설이 인터넷 소설가 송정실의 '아우어 스토리'와 유사하다는 표절논란이 일었다. 비록 표절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지만 그에겐 상처로 남았다. 2008년 성형 논란마저 겪었다. 그 과정에서 안티 팬이 급증한 반면 후속작은 과거처럼 화제가 되지 못했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시간이 흘러 히트작을 내놓은 시점이 멀어지면서 '뭔가 하나 터트려야한다'는 강박관념도 강해졌고, 점차 무기력해졌죠."

이 씨는 2008년부터 소설을 쓰지 않다가 장르를 바꿔 '팜피넬라'라는 판타지 소설을 2011년 발표했지만 세간의 평가는 냉정했다. 오래 준비한 드라마 시나리오마저 편성이 무산되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신의 이름이 검색어로 뜨면 한동안 컴퓨터를 안 켰을 정도. 그녀에게 라오스 여행은 절박한 선택이었다. 아직도 순수한 자연을 간직한 라오스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힐링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해외를 혼자 여행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여행에서 깨달은 삶의 의미

에세이에는 라오스 전역을 혼자 여행하면서 겪은 우여곡절 경험담이 특유의 발랄한 문체로 생생히 전달된다. 이 씨는 "귀여니가 아닌 '이윤세'란 실명으로 처음 낸 책"이라며 "여행으로 힐링을 경험했고 이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에세이를 썼다"고 말했다.

"라오스 보케오 숲에서 장 프랑소와라는 프랑스인을 만났어요. 번듯한 회사를 다니다 갑자기 라오스에 와서 훼손위기 숲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게 하고 나무 위에 집에서 숲을 체험하게 하는 '긴팔 원숭이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에요. '남들은 풍족한 삶을 위해 일하는데 넌 왜 거꾸로 그 삶을 포기하고 여기서 고생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어릴 때부터 나무 타는 것을 좋아했어. 나는 내 즐거움을 위해 살아'라고 말하더군요. 막힌 가슴이 뻥 뚫렸어요."
이 씨는 이제는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랑이 활활 타오르다가 식어가는 과정을 다룬 로맨스 소설을 쓸 계획이다.

"실제 연애를 해보니 '이게 남자야'란 생각이 들었죠. '나쁜 남자'지만 지고지순한 지은성('그놈은 멋있었다'의 송승헌), '늑대의 유혹'의 태성이(강동원)는 현실에 없더군요. 환상이 깨져 한동안 로맨스 소설을 못 쓸 정도였어요. 호호. 이제는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쓸 겁니다. 갈수록 망가지는 찌질남도 주인공이 될 거구요." 30살이 된 하이틴 로맨스 소설작가는 현실의 로맨스로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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