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브라질 월드컵은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공교롭게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와 명예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이 결승전에서 만나 화제가 됐습니다.
이 경기가 ‘바티칸 더비’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례적으로 아르헨티나를 위해 기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립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현 교황은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 마니아인데 어린 시절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 프로팀의 열렬한 팬으로, 베네딕토 16세는 고향팀인 독일 프로축구 바이에른 뮌헨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승전이 독일의 1 대 0 승리로 끝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교황청 관계자는 “교황이 중립을 지키기 위해 경기를 직접 지켜보지 않았다. 경기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했습니다. 교황이 그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베네딕토 16세의 비서 게오르크 겐스바인 대주교는 한 인터뷰에서 “베네딕토 16세가 결승전을 직접 보지 않고 먼저 주무셨다”면서 “그러나 결승전 결과를 듣고 ‘아르헨티나가 빨리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습니다.
국내 가톨릭 교계에서도 결승전은 사제들 사이에 관심거리였습니다. 교계의 대표적 베스트셀러 저자인 차동엽 신부는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고 합니다. 차 신부 주위에서는 “예정된 강연에 영향받을 정도로 신부님이 상심했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했다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아르헨티나 현지의 반응은 좀 더 심각했습니다. 해외 이민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외국 교구의 주교가 된 문한림 주교는 통화에서 “월드컵 결승전 패배로 아르헨티나 전체가 큰 슬픔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종교와 그다지 관계없는 축구 얘기를 왜 길게 언급하느냐고요? 이들 종교인의 반응에서는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공통적으로 느껴집니다. 애써 중립을 지키고, 그 결과에 상심한 이들에게 위로를 보내는 따뜻한 온기입니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이런 배려가 지구촌 곳곳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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