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시골동네 골목길서 맘껏 뛰어놀고, 계곡서 아빠와 실팽이 놀이하며 야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꿈다락 학교… 골목여행’ 참가한 박성배 씨 가족의 신나는 주말

“야아, 신난다. 아빠, 그네를 더 세게 밀어주세요.”

5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의 초롱이 둥지마을. 초롱꽃, 초롱박, 초롱새가 있는 청정 지역으로 마을이 둥지 안에 담겨 있는 듯하다고 지어진 마을 이름이다.

여름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에도 이 마을의 계곡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골짜기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시골마을로 놀러 왔다. 아빠들은 나무 사이에 매달아 놓은 해먹(침상 그물)에 자녀들을 태워 해먹 그네를 힘껏 밀어줬다. 아이들이 물장구치는 계곡물이 햇살을 받아 유리알처럼 반짝였다.

이날 이곳에 모인 7쌍의 가족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놀이 설계자의 골목여행’에 참여한 것이었다.

올해 4월부터 매주 토요일 기수별로 4주 단위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게임에 익숙한 어린이들이 아빠 엄마가 어린 시절 즐겨 하던 놀이를 골목과 자연 속에서 함께 하는 내용이다. 1∼3주는 동네 골목길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넷째 주에는 숲이나 공원으로 당일 여행을 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은행원 박성배 씨(46)는 아내, 아들 종호 군(10·평촌초 4학년), 딸 현아 양(6)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박 씨는 아이들과 함께 나뭇가지를 활용해 실팽이를 만들었다. 아빠와 함께 실팽이를 만들어 돌려보는 딸 현아 양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전북 익산이 고향이라는 박 씨는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엔 장난감이 마땅치 않아 주로 나뭇가지나 돌로 놀잇감을 만들어 놀았다”며 “컴퓨터와 TV에 둘러싸인 아이들이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연 속에서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가족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놀이 설계자인 조재경 씨는 말한다. “단순히 놀이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아빠 엄마와 아이들이 더 많이 부딪히고 만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놀이는 콘텐츠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매개일 뿐이다.”

실은 그랬다. 아이들은 숲 속과 계곡에서, 또는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부모와 함께 ‘그저 노는’ 게 행복해 보였다.

우리는 혹시 아이들을 위해 거창한 프로그램으로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박 씨는 이번에 아이들과 ‘함께 노는’ 아빠가 되는 걸 배웠다고 했다.

▼아빠가 이젠 네 놀이친구 돼 줄게!▼

박성배 씨가 아들 종호 군에게 쓴 편지

웃는 얼굴이 해맑은 종호야

놀이공원 가서 재미있게 놀이기구 타고, 공원에서 자전거 타면서 재미있게 놀았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지. 종호야, 기억 나니?

그런데, 요즘 주말이면 아빠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잠만 자고, 종호는 전자게임만 몰두하다 보니 종호랑 재미있게 놀던 때가 아주 먼 옛날 이야기 같네.

종호가 크면 클수록 부모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서 아빠는 종호랑 많이 놀고 싶은데, 그러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

다행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을 계기로 종호랑 재미있게 놀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을 하는 동안 아빠는 주말에 늦잠 자지 않고 종호는 전자게임을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주말을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해.

사랑하는 종호야.

아빠는 이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을 통해 아빠 자신에게 두 가지의 약속을 했어.

하나는 ‘종호를 위한 아빠가 아니고 종호랑 함께 하는 아빠가 되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 종호가 잘하는 것도 좋지만 종호가 싫어하거나 못하는 것도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는 것이지.

아빠는 앞으로 ‘종호를 위해 놀아주는 아빠가 아니고 종호랑 함께 노는 친구’가 되도록 노력할게.

종호야, 앞으로 아빠랑 친구처럼 재미있게 놀자.

아빠 삶의 희망, 종호야,

이번 여행을 통해 종호를 지켜본 결과, 종호는 좋아하는 놀이는 잘하면서 재미있게 노는데, 못하는 놀이는 시도조차 하지 않더구나.

종호가 앞으로 살면서 매번 좋은 것만 할 수는 없을 거야. 종호가 싫어하는 일도 해야 되고 못하는 일도 해야 할 때가 있을 거야.

그래서 아빠는 종호가 싫어하거나 못하는 일을 하게 될 때 좌절하지 않도록 종호와 함께 훈련하고 싶구나. 함께 할 수 있지?

아빠가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 주는 우리 아들 종호 옆에는 항상 아빠가 있을 거야. 아빠가 슈퍼맨은 아니지만 종호가 어려울 때, 종호가 힘들어할 때 옆에서 힘이 되어 주는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게.

그동안 착하게 자라온 우리 아들 박종호. 사랑해 ∼∼∼∼ 포에버.

가평=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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