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산업을 진단하는 시리즈 기사를 준비하며 시장 현황에 대한 수치를 문의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답변이었다.
한국뮤지컬협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도 시장 현황에 대한 연도별 수치를 갖고 있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뮤지컬 산업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였다. 그 전에는 뮤지컬을 연극에 포함시켜 집계했다.
결국 연도별 뮤지컬 작품 수와 관람객 수는 인터파크로부터 받은 2008년 이후 자료를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작품 수가 아닌 공연된 공연장 수로 집계하기 때문에 정확한 작품 편수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가령 서울에서 공연한 ‘시카고’가 이어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서 공연되면 5편의 작품으로 통계에 잡힌다. 지난해 뮤지컬 편수가 2500편이나 된 것도 그런 이유다.
뮤지컬은 최근 10년간 시장이 커졌지만 여전히 얕은 관객층에 비해 작품 수는 더 많이 늘어 제작비 상승, 수익률 악화 등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10년 전에 비해 작품 수와 시장 규모는 늘었지만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오로지 업계 추정치에 의존해야 했다. 뮤지컬은 단기간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체계적인 자료 수집이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제작사도 사정이 어렵다고 호소하지만 특정 작품으로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꺼렸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가 “뮤지컬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알려도 좋다”며 흥행작 ‘레베카’ ‘황태자 루돌프’의 ‘초라한’ 수익 성적표를 기꺼이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뮤지컬 제작사들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순간 ‘악’ 소리 나는 경영 상태에 투자자가 도망갈 것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병은 알려라”는 말이 있다. 가령 제작사 100곳 가운데 지난해 수익을 낸 곳은 5곳뿐이라는 식으로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투자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체계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뮤지컬 업계는 가능한 수치부터 먼저 공개할 필요가 있다. 환부를 보여줘야 수술을 하든지 약을 주든지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