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는 성인 3217명을 대상으로 화씨 0∼100도까지 표시된 ‘체감온도계’로 종교별 신앙인의 체온을 재 달라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체온이 가장 높았던 그룹은 유대교인으로 화씨 63도(섭씨 17.2도·이하 섭씨로 표기)로 나타났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인의 체온은 각각 16.7도와 16.1도였습니다.
반면 이슬람교인에 대한 체감온도는 4.4도로 매우 낮았습니다. 불교인(11.7도)과 힌두교인(10도)은 물론이고 무신론자(5도)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9·11테러와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슬람 세계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무종교 그룹의 응답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들은 개신교인의 체온을 영하 2.2도라고 표시한 반면 불교(20.6도), 유대교(16.1도), 힌두교인(14.4도) 등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국내에선 불교계의 고산문화재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9일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인식과 불교인상(이미지)에 대한 국민여론조사’가 눈길을 끕니다.
응답자들은 가장 신뢰하는 종교로 가톨릭(31.8%) 불교(31.6%), 개신교(21.6%) 순으로 꼽았습니다. 종교가 없는 그룹만 살펴보면 불교(37.4%), 가톨릭(30.8%), 개신교(5.5%) 순이었습니다.
체감온도나 신뢰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이들 조사가 과학적, 객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특정 종교에 대한 대체적인 분위기는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이슬람교인에 대한 체감온도가 무신론자보다 낮게 나온 것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이슬람 지역에서 조사했다면 개신교에 대한 반응이 비슷하겠지요. 또 하나, 한국과 미국 모두 무종교 그룹의 경우 다른 종교에 비해 개신교에 거리감을 많이 느낀다는 겁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무신론자와의 대화에서 “나는 다른 사람을 개종시킬 마음이 없습니다. 나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라고 했죠. 종교를 뛰어넘어 서로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열쇠는 열려 있는 마음의 문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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