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더스 헉슬리(1894∼1963·사진)를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 ‘멋진 신세계’의 작가로만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뜻밖으로 여겨진다. 1944년 출간된 책이 70년이 지나서야 한국어로 완역돼 선보인다는 것 역시 뜻밖이다.
이 책은 사회비평가였던 그가 1937년 미국에 건너온 뒤 크리슈나무르티, 프라바바난다 등 유명한 영성가들과 교류를 나누며 궁극의 실재와 영성을 탐구한 결과다.
영원의 철학은 ‘모든 종교의 본질적이고 공통된 핵심 진리’를 뜻한다. 헉슬리는 이를 신과 결합하는 삶이고 인간의 최종 목적이라고 지칭한다. 알쏭달쏭한 이 결론에 대해 독자가 동의하는지는 별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이 책에서 영성과 관련한 27개의 주제를 정하고 기독교는 물론 이슬람교 불교 도교 힌두교 등 수많은 종교의 주요 저작에서 420개의 인용문을 뽑은 점이다. 적어도 ‘영성’과 관련해 인류 역사 속에서 축적돼온 방대한 가르침의 진수를 한 권에 축약 정리한 것만 해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책에서 다루는 궁극의 실재, 신, 영혼(soul) 영(spirit) 자아(self) 등의 개념에 대해 한마디로 저자의 생각은 이렇다고 정의를 내리긴 쉽지 않다.
그 역시 끊임없는 탐구자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그 탐구를 위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명확히 했다. 신이 주신 것에 대한 한없는 겸손함, 자신의 무지에 대한 인식, 탐구의 길이 오직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다는 것 등이다.
또 ‘영원의 철학’과 반대로 시간 속에서 미래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시간의 철학’은 종교나 이념의 이름으로 엄청난 폭력과 배척을 일으킨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책을 추리소설 읽듯 단숨에 읽지 말기 바란다. 조금씩 씹고 되새김질하고 다시 씹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영성을 키우는 양식으로 만들면 좋겠다. 27개의 주제를 하루 하나씩 읽으면 딱 맞는 속도인 듯싶다. 그리고 영혼이 갈증을 느낄 때마다 꺼내서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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