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년 전부터 역사 동화가 많이 나옵니다. 이런 현상은 통합교과교육이라는 학교 교육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른들은 이야기보다 역사적 지식이 주가 되는 동화를 바라고 동화가 어려운 공부가 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 노비 아이 이야기입니다. 주인의 화장실 수발까지 들어야 하는 처지로, 그것이 제목이 되었습니다. 양반과 노비로 신분이 나뉘어 처지에 따라 배움과 행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설정까지만 역사적 사실이고 나머지는 창작이기 때문에 역사적 지식이 없는 초등학교 3, 4학년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글공부가 하기 싫은 양반 아이와 글을 배우고 싶은 노비 아이, 둘은 어릴 때부터 같이 컸지만 자라면서 서로의 거리를 알게 됩니다. 어느 날 서당에 가기 싫은 양반 아이가 노비 아이에게 제안을 합니다. ‘우리 옷을 바꿔 입자. 서당에 네가 가라.’ 짐작하는 대로 들켰습니다. 양반을 능멸한 죄로 다른 곳에 팔려가게 됩니다.
노비 아이에겐 글에 대한 열망이 있습니다. 처음엔 귀동냥했을 뿐이지만 내용을 알고 나니 더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연히 그 마을에 귀양을 온 선비에게서 짬짬이 글을 배우기도 합니다. 과거 시험을 볼 수 없는 노비가 글을 배워서 뭐 하겠느냐는 걱정도 하지만 글을 배우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알게 되고, 삶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됩니다.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 아이의 꿈입니다. 꿈은 이렇게 큰데 현실은 주인 잘못을 뒤집어쓰고 노비 장사꾼에게 팔려가는 지경입니다. 이 아이의 꿈은 힘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림은 노비 아이와 노비 장사꾼입니다. 의외로 두 사람 표정이 편안해 보입니다. 이 둘 사이에 엄청난 일이 벌어진 후입니다.
작가는 배운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쉽고 따뜻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글은 배워서 뭐 하게?’라는 질문에 대한 아주 작은 해답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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