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영화가 있다. 살점이 튀거나 허리가 꺾이는 불편한 장면을 끝까지 보여주고 마는. 이 책도 그렇다. 프랑스 응급의학과 의사인 필자가 예수부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까지 역사 속 인물들이 죽는 순간을 임상학적인 관점에서 정리했다.
의술이 발달하기 전 의사들은 본분과는 달리 죽음을 재촉하는 역할을 했다. 왕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왕이 아프면 ‘나쁜 기운을 제거하기 위해’ 부지런히 피를 뽑고 관장을 했다. 선천적인 결핵환자였던 샤를 9세(1550∼1574)도 피를 뽑히다 만성 빈혈과 탈수 증세, 결핵균으로 인한 호흡곤란에 시달리며 죽었다.
사형당하는 장면은 더 끔찍하다. 죄인이 사지가 찢겨 죽는 장면을 묘사한 대목은 19금 하드코어물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등장한 단두대는 사형 집행에도 평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신념의 결과물이었다. 그 이전까진 귀족은 잘 벼린 칼로, 평민은 도끼로, 이보다 못사는 이는 무딘 칼로 머리가 잘렸다.
저자는 ‘죽음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옛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그랬다. 평생 암살의 두려움에 시달렸던 그는 방탄장치를 한 똑같은 침실 7개에서 돌아가며 잤고, 누구도 그가 어느 방에서 자는지 몰랐다. 침실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은 그는 20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됐고, 그 후에도 죽어가도록 방치됐다. 의사들은 괜히 책잡혀 살해될까봐, 그리고 그가 죽기를 은근히 기다리는 마음에서 나서지 않았다.
목격하지 않은 죽음을 묘사하면서 참고문헌을 제시하지 않은 점, 드문드문 요령부득의 원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매끄럽지 못한 번역 문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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