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꼬이는 인생들에 던지는 슬프고 따뜻한 유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9일 03시 00분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천명관 지음/224쪽·1만2000원·창비

소설집을 펼치면 고단한 삶의 단내가 난다.

“그래, 까짓것. 거칠게 한판 살다 가는 거다. 인생 뭐 있나”라며 가진 것 없어도 아랫도리에 빳빳하게 힘을 팍 주는 쉰일곱 살 육체노동자 경구를 만나서다. 그의 인생은 꼬였다. 1억 원 넘는 덤프트럭은 도박 빚에 날리고, 그가 이 두 개를 부러뜨린 아내는 집을 나갔고, 당연히 임대아파트에 함께 사는 다 큰 자녀들은 그와 말을 섞지 않는다. 갑갑한 그의 인생에 냉동 칠면조 고기가 뚝 떨어진다. 그걸 손에 들고 집으로 오다가 외상술값 받으려는 건방진 술집 사장을 흠씬 두들겨 패주고 훔친 트럭을 몰고 가속 페달을 밟는다. 빳빳한 그에게 박수를(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등단 11년째인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2010년 가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문예지에 실린 단편 8편을 엮었다. 대략 난감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줄기차게 등장한다. 외제차를 모는 성공한 동창생을 만날까 걱정하는 대리운전자(핑크), 로맨틱한 전원생활을 꿈꾸고 귀농했다가 농사도 가정도 망친 초보 농사꾼(전원교향곡)까지.

저자는 작가의 말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라고 썼다. 문단에선 그를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부른다. 단편이라 짧아서 아쉽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천명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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