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되고 더 밝고 거침없는 행보… 10년은 더 젊어지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03시 00분


프란치스코 교황과 각별 인연… 문한림 아르헨티나 주교 방한

서울 옥수동성당의 프란치스코 교황 현수막을 배경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문한림 주교. 그는 교황이 방탄이 안 되는 작은 차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교황은 젊은 시절부터 총기가 있는 빈민촌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며 “총 때문에 죽었으면 벌써 죽었을 것이라는 게 교황의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옥수동성당의 프란치스코 교황 현수막을 배경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문한림 주교. 그는 교황이 방탄이 안 되는 작은 차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교황은 젊은 시절부터 총기가 있는 빈민촌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며 “총 때문에 죽었으면 벌써 죽었을 것이라는 게 교황의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교황 되시더니 10년은 더 젊어졌어요. 밝고 거침없고, 마치 청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8일 서울 옥수동 성당에서 만난 문한림 주교(59)의 말이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신부로 활동하다 올 2월 교황에 의해 산마르틴 교구의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해외 교구의 첫 한국인 주교이자 누구보다 현 교황을 잘 아는 한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젊어졌다? 무슨 말이죠?

“원래 교황 선출 투표만 하고 돌아오겠다고 하고 바티칸으로 갔죠. 은퇴 가까웠으니까 양로원 방도 정해놓고. 그런데 교황이 됐으니 성직자로는 ‘덤으로 사는 새 삶’을 얻은 셈이죠. 하느님께서 일 더 하라고 큰 기회를 주니 젊어질 수밖에 없죠. 요즘 교황께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얘기, 하고 싶은 일 맘껏 하는 것처럼 보여요. 아르헨티나 있을 때도 자상하고 유머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요.”

―정말요?

“오죽하면 아르헨티나 언론에서 교황 되기 전과 후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실었어요. 과거에는 표현도 절제하고 자신을 밖으로 내세우지 않아 웃는 교황을 보기 힘들었어요. 요즘 교황께서도 새 사명이 즐거운 데다 일거수일투족이 매스컴에 모두 드러나 더 밝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한국에 특별한 애정을 표시한 적 있나요?

“특별한 얘기를 하신 적은 없어요. 추기경 서임식에서 염수정 추기경에게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걸 듣고서 깜짝 놀랐죠. 감정을 그렇게 드러내는 분이 아닌데…. 다른 성직자와 달리 이분은 교황 된 뒤 더 자유롭고, 거침없어졌어요.”

―최근 (현 교황과 전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월드컵 결승전도 화제였습니다.

“(웃음) 두 교황이 자국의 승리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으로 패러디한 사진이 인기였어요.”

―교황을 가톨릭교회 쇄신에 나선 ‘가톨릭계의 메시’로 부르면 이상한가요?

“메시? 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니, 세계적으로 보면 메시 이상이죠. 메시는 축구 팬들만 좋아하지만 교황은 남녀노소와 종교에 관계없이 좋아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왜 교황에게 열광할까요?

“교황께서는 사람들 아래로 내려와 편안하고 자상하고 쉽게 대화합니다. 남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감싸주는, 넓은 가슴을 지닌 아버지 닮은 리더십 때문이죠.”

―교황과 세월호 유족 등 다양한 만남이 예정돼 있습니다. 너무 많은 그룹들이 교황께 몰리는 게 아닌가요?

“어쩔 수 없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왔다고 사람들이 이렇게 모이겠어요? 돈과 권력, 총 같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윤리 또는 인간적 카리스마에 사람들이 끌리는 것 같습니다.”

―교황께선 교회 쇄신에 성공할까요?

“교회 쇄신은 한 사람이 시작하고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죠. 바티칸 2차 공의회도 요한 23세 때 시작해 바오로 6세 때 끝났고, 그 실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할은 새로운 변화의 주춧돌을 놓는 거죠. 어쨌든 교황의 성격상 베네딕도 16세처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언젠가 자진 사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황의 아시아 첫 방문국이 한국입니다.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한국은 공부와 일, 신앙 모두 적극적인 나라입니다. 신앙 면에서 열정적으로 믿다 순교하고요. 순교 성인이 100명 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교회가 갖고 있는 이런 역동성과 열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교 되신 뒤 첫 귀국이신데, 금의환향이네요.

“그런가요. 주교회의와 동창 신부들의 초청이 있어 방한 기간에 맞춰 왔어요. 30일 아버님 생신도 보고 가려고요.”

―방한 중 교황을 만날 계획이 있습니까?

“아르헨티나 속담 중에 해는 멀리서 보면 좋지만, 가까이 가면 타 죽는다는 게 있어요. 전 근처에 안 갈 거예요.(웃음)”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문한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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