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행복해?” 그가 갑자기 묻는다. 뭐라고? “당신 눈에 뭔가 있어. 훌륭한 남편에 좋은 직업을 가진 당신처럼 예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슬픔이 보여. 거울에 비친 내 눈을 보는 느낌이었어. 다시 한번 묻자. 당신, 행복해?” ―‘불륜’(파울로 코엘료 지음·문학동네·2014)》
남부러울 것 없는 친구가 한 명 있다. 185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조금 과장하자면) 배우 조인성을 닮은 외모. 직업도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라 널찍한 개인 사무실을 가진 전문직이다. 이 친구는 미모의 여성을 만나 ‘품절남(유부남)’이 됐다.
겉보기에 멀쩡한 그가 요즘 방황하고 있다. 일이 끝나도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는다. 대체 왜? 그의 대답은 이랬다 “여전히 내 아내와 일을 사랑하는 것 같은데 행복하지가 않아. 왜 그런지 모르겠어.” 그 이유는 나도 알 수가 없지만 그가 지금 위태롭다는 건 알 수 있다.
그의 모습이 소설 속 주인공 린다와 겹쳐 보였다. 스위스 제네바에 사는 서른 한 살의 여기자 린다는 부족한 게 없어 보인다. ‘가장 부유한 스위스인 300인’ 중의 한 사람인 남편, 사랑스러운 아이 둘. 신문사에서 인정받고 가족들에겐 사랑받던 그는 한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행복해지는 것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위험한 일이지요.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절대로 알 수가 없으니까요”라는 말을 듣고는 우울증에 빠진다. 그 후 인터뷰에서 고교 동창인 정치인을 만났다. “당신, 행복해?” 그가 던진 이 한마디가 린다를 위험한 열정에 빠뜨렸다.
열정이 식는 것은 결혼 생활뿐만이 아니다. 열정 가득한 신입사원의 모습은 오래가지 않는다. 취업의 기쁨도 밥벌이의 지겨움에 밀려나게 마련이다. 그럴 때면 일탈의 욕망이 내면 깊은 곳에 똬리를 튼다.
열정은 언젠가 사그라지기에 새로운 열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 열정은 이미 익숙해져버린 행복을 파괴하기도 한다. “당신, 행복해?”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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