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명량’의 관객 수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걸 보면서 통합전산망이 영화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습니다.”
최원규 영화진흥위원회 과장은 12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영화계의 경험을 소개했다. 최 과장은 “산업 규모를 파악하고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관객 수와 매출 데이터는 공공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연계는 영화계와 달리 관객 수 같은 기초 자료마저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뮤지컬평론가)는 “일주일간 학생들을 공연장 앞에 세워 놓는 ‘원시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관객 수 등 공연계 현황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공연계 관계자들은 관객 수와 매출을 확인할 통합전산망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하지만 티켓 판매 결과에 대한 데이터만 취합할지, 인터파크 예스24 등 판매사가 공연장별 모든 좌석을 동등하게 판매하게 할지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제작사의 열악한 경영 현황을 공개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손상원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은 “많은 제작사 대표들이 매출 데이터가 공개되는 게 두렵다고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박민선 CJ E&M 공연투자제작부장은 “매출 등이 공개됐을 때 투자 위축과 같은 성장통이 있겠지만 이는 장기 발전을 위해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정보 공개에 대해 일부 진척된 내용도 있었다. 손 회장은 “경력 1∼5년 정도 된 앙상블(합창, 군무를 맡은 배우)의 출연료 통계를 공개해 적정 수준인지 프로듀서의 의견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지난달부터 서울예술의전당, 국립극장 등 7개 국공립공연장을 대상으로 통합전산망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요 티켓판매대행사, 제작사도 단계적으로 참여시키고 필요하면 법안 개정을 통해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공연장 티켓판매사 제작사 간의 진통이 불가피하고 구축 비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전산망 도입은 이제 첫걸음을 뗐다. 중요한 건 추진력이다.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로 통합전산망 논의가 계속 제자리에 머물지, 공연계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생산적 방안을 도출해 낼지는 정부와 공연계 관계자들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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