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주재한 사장단 신년 만찬에 전통주 2종과 와인 1종이 등장했다. 지난해까지 삼성은 신년 만찬에 와인만 올렸으나 올해 처음으로 전통주를 추가했다. 만찬 식탁에 오른 전통주 2종 가운데 하나가 전남 함평에서 빚어낸 고급 청주 ‘자희향 국화주’다. 이 술은 ‘향기가 좋아 차마 삼키기 아쉽다’는 뜻의 ‘석탄향주(惜呑香酒)’를 복원한 것이다. (유)자희자양 노영희 대표(53·여)가 5년여 노력 끝에 기술을 전수받아 재현했다. 상품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국내 ‘빅3’ 전통주로 인식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희향 국화주는 멥쌀로 죽을 만들고 거기에 전통 방식의 밀누룩을 섞어 항아리에서 4일간 발효시켜 밑술을 얻는다. 여기에 다시 유기농 찹쌀로 고두밥을 쪄서 덧술을 만든다. 이때 직접 재배한 국화꽃을 함께 넣고 술을 빚어 향기를 더한다. 숙성이 끝난 술을 걸러 내면 알코올 함량 15%의 자희향이 완성된다. 단맛과 신맛이 어울리면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노 대표는 “술의 맛과 향은 장인의 정성과 숙성기간 그리고 누룩에 의해 결정된다”며 “자희향에 쓰이는 전통 누룩은 일반적으로 쌀, 밀가루 등 전분질 원료와 달리 양조가의 가공 방법과 배합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재료”라고 말했다.
10년 전 전업주부였던 노 대표는 한식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막걸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록담 전통주 명인이 쓴 책을 접하고는 그의 제자가 돼 3년간 공부했다. 그는 고문헌 속 전통주 제조기법의 매력에 푹 빠져 그야말로 정신없이 몰두했다. 그러던 중 2006년 고향인 함평에서 열린 국향대전에 참가해 국화주를 선보였다. 소비자에게 호평을 얻었고 귀향해 본격적으로 술을 빚게 됐다.
노 대표는 “술은 차례상에서 조상신을 부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식이므로 향이 좋아야 하며 그 향은 요즘의 대량 양산 청주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수작업으로 빚기 때문에 일반 술과 비교하면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다. 1만 세트 한정으로 출시된 자희향 추석선물 세트는 탁주와 청주 500mL 각 1병씩으로 구성됐다. 판매가는 3만2000원(택배비 포함). 자희향 술병의 라벨 그림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그린 것이다. 문의 061-324-6363, 홈페이지(www.jaheehyang.com)를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