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살리에르’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에 가려졌던 비운의 음악가 살리에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르’가 바탕이 됐다. 살리에르(최수형 정상윤)와 모차르트(박유덕 문성일)의 대결도 나오지만 작품은 살리에르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대의 핵심 장치가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인 것도 이 때문이다. 무대의 정면과 좌우 3개 면을 둘러싼 사각형 구조물은 모두 거울로 돼 있다. 김규종 연출가는 “대본을 읽자마자 나와 김용현 무대디자이너가 동시에 커다란 거울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존귀한 오스트리아 빈 최고의 궁정악장 살리에르 앞에 어느 날 자유로운 천재 모차르트가 나타난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사람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살리에르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는 어느새 모차르트에게 가 있다. 모차르트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의문의 남자 젤라스(김찬호 조형균)는 끊임없이 살리에르 주위를 맴돌며 질투심을 건드린다.
살리에르는 ‘노력한다면’이란 노래를 부르며 성실하게 애쓰면 이루지 못할 건 없다고 스스로를 다잡지만 그럴수록 내면은 더 빠르게 무너진다. 살리에르는 수시로 거울을 응시하고 고통은 잔인할 정도로 또렷하게 반사된다. 거울은 살리에르의 고통이 모차르트 때문이 아니라 내면의 또 다른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말해준다. 김 연출가는 “질투의 본질은 자신이 욕망하는 인물을 스스로에게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살리에르 역시 거울에 비친 자기가 아니라 거울 너머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끊임없이 갈망한다”고 말했다.
거울은 반투명이다. 조명을 비추면 거울 뒤에 선 배우의 모습이 보인다. 배우의 모습은 때로 빨강 노랑의 그림자로도 비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바를 사용했다. 당초 거울에 관객의 모습도 비치게 하려 했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객석에 조명을 비춰 밝게 해야 하기 때문에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3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3만3000∼6만6000원. 02-588-7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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