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인간적 슬픔 앞에서 중립 지킬수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0일 03시 00분


[끝까지 선물주신 교황]로마 귀국길 기내 인터뷰

“갈라진 남북한은 같은 모국어를 쓰고 있다. 같은 어머니를 가진 형제이기 때문에 화해의 희망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로마 귀국 전세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으로 만든 예수의 가시관을 선물로 받았다”며 “형제들이 갈라져 서로 만나지 못하는 분단의 고통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가시관을 바티칸으로 가져가 한국인들의 분단의 고통을 끝내달라고 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남북의 하나 됨을 위해 다 함께 기도하자”며 예정에 없던 침묵의 기도를 올렸다. 교황은 기자회견 중 “나도 신경쇠약증을 앓고 있으며, 늘 내 죄와 잘못을 깨우치려 노력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냈다. 다음은 교황과의 일문일답.

―방한 기간 중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던 소감은? 교황의 위로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걱정하진 않았는가?

“인간적인 슬픔 앞에 마주할 경우엔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 누군가는 ‘정치적 의도로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식을 잃은 엄마, 아버지다. 나는 성직자다. 슬픔을 겪고 있는 자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일이 첫 번째 임무다. 물론 내 위로가 해결책을 줄 수 없으며, 죽은 이를 다시 살릴 수도 없다는 것을 안다.”

―중국 영공을 처음 통과한 교황이 된 소감은….

“나는 중국 영공에 진입할 때 조종석에 있었다. 이후 자리로 돌아와 고귀하고 현명한 중국인들을 위해 오랜 시간 기도했다. 나는 위대한 중국의 현자(賢者)들과 과학과 지식의 문명을 생각했다. 예수회도 중국에서 활동했으며, 마테오 리치 신부가 남긴 발자취도 크다. 내일이라도 중국에 갈 수 있다면 방문하겠다. 바티칸이 원하는 조건은 단지 중국 내 신앙의 자유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소수 종교인들에 대한 대량학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공습을 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늘날 우리는 ‘3차 대전’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라크,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잔혹한 전쟁으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 현대전에서 자행되는 공습은 무고한 민간인들, 특히 죄 없는 아이들과 어머니, 여성들을 죽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당한 공격은 ‘멈추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 국가가 공격의 부당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유엔에서 함께 토론해서 부당한 공격을 멈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매일 힘든 일정을 강행군하고 있다.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가.

“실제로 몇몇이 내게 휴가를 가지라고 권했다. 최근 나는 ‘신경증에 행복하라’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사실 나는 약간의 신경쇠약증을 갖고 있다. 내 노이로제 중 하나는 삶에 너무 집착한다는 것이다.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 밖에서 마지막으로 휴가를 가진 것은 1975년이었다. 휴가 중에 나는 좋아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기도를 더 많이 한다. 이러면 정말 휴식이 된다.”

교황 귀국 전세기·바티칸=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교황 로마 귀국#교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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