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푸단大 2015년 광복 70돌 맞아 추진
5년간 자료수집후 연구총서 발간… 임진왜란도 장기과제에 포함키로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중 역사학계가 ‘일제 공동 항쟁사’ 연구에 나선다. 한국과 중국의 공동 항일 투쟁을 양국 학계가 함께 연구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방한한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안한 ‘항일전쟁과 광복 70주년 공동 기념’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시준 단국대 동양학연구원장은 지난달 25일 장이화(姜義華) 푸단대 교수를 만나 ‘일제침략에 대한 공동항전 연구’를 함께 추진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광복 직후 중국 공산화로 관계가 단절되면서 지금껏 항일투쟁에 대한 학술 교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하얼빈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세운 데 이어 시안에 광복군 제2지대 주둔지 표석을 건립하는 등 항일 공동전선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에 이미 착수한 상황이다.
장 교수는 중국 근현대사 권위자로 푸단대 종신 교수이며 이번 프로젝트에는 고려대에서 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쑨커즈(孫科志) 푸단대 교수가 합류해 양측 연구자의 다리 역할을 할 예정이다.
한 원장은 장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의 제안대로 광복 70주년을 공동 기념하려면 양국이 일본과 맞서 싸운 역사적 사실을 학술적으로 먼저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공동 연구팀을 만들어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자료를 함께 수집하고 연구총서를 발간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장 교수는 “임진왜란까지 포괄해 일본의 침략사를 전반적으로 다루자”고 추가 제안했다. 양측은 예산과 인력의 한계를 감안해 우선 일제 침략사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 임진왜란까지 연구주제를 넓히기로 했다.
중국과 한국의 공동 항일투쟁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랜 기간 전개됐다. 핵심 축은 한인들이 몰려 있던 만주지역이었다. 1931년 9월 일제의 만주침략 당시 장쉐량(張學良)을 비롯한 이 지역 군벌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철수했다. 먼저 공산당과 내전에 힘을 집중하고 나중에 일제와 싸워야 한다는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주석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만주지역 중국인들은 급한 대로 구국대와 자위대, 호로군 등 의용군을 조직했는데 정규군이 아닌 만큼 한인들과의 협력이 절실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이 여러 의용군을 묶어 1936년 결성한 ‘동북항일연군’에 적지 않은 한인이 합류했다.
중국 국민당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적극 지원했다. 장제스는 1943년 11월 카이로 선언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한국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역시 1940년대 장제스에 쫓겨 옌안(延安)으로 근거지를 옮겼을 때 자신들의 점령지 안에서 조선독립동맹과 조선의용군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북만주의 한국독립군과 남만주의 조선혁명군도 중국 측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맺었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일본 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국사편찬위원회 등 정부 연구기관이 나서는 것보다 민간 대학이 참여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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