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배우, 무대]뮤지컬 ‘프리실라’ 버스 세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제작비만 10억… ‘가장 뛰어난 디바’

뮤지컬 ‘프리실라’에서 총천연색 빛을 내뿜으며 무대의 화려함을 더하는 버스 프리실라는 명실상부한 이 작품의 마스코트다. 설앤컴퍼니 제공
뮤지컬 ‘프리실라’에서 총천연색 빛을 내뿜으며 무대의 화려함을 더하는 버스 프리실라는 명실상부한 이 작품의 마스코트다. 설앤컴퍼니 제공
내 이름은 ‘프리실라’. 뮤지컬 ‘프리실라’ 작품 이름이 바로 버스인 내 이름이죠!

영화(1994년)로 먼저 만들어졌고, 2006년 호주에서 처음 뮤지컬로 공연됐어요. 한국에선 7월부터 초연되고 있고요.

주인공인 틱이 별거 중인 아내가 일하는 호텔에서 쇼를 하기 위해 버나뎃, 아담과 함께 저를 타고 호주를 가로질러요. 500벌이 넘는 의상에 100여 개의 가발까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데요, 여기엔 저도 한몫 한답니다.

3만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달린 제 몸무게는 8.5t이에요. 빨강 초록 노랑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터지는 걸 그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예요. 사람들이 ‘드래그퀸’(여장남자)인 주인공들에 대한 욕설을 제 몸에 써 놓지만 주인공들은 분홍색 페인트로 순식간에 칠해서 없애버려요. 이것도 다 저라서 가능한 거예요. 아, 저는 달리지는 못해요. 무대 원형 테이블의 도움으로 뱅글뱅글 돌기만 하지요.

제 몸 안에는 와인 잔은 기본이고 샴페인 얼음통도 있어요. 홍학과 바비 인형은 물론 야자수가 그려진 비즈 커튼, 호피 무늬 융단까지 가득하답니다.

미국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 왔는데요, 쉽지는 않았어요. 워낙 무겁다 보니 제 몸을 다섯 개로 나눠 배로 운반했거든요. 땅 위에서는 지게차의 도움을 받았고요. 무사히 도착했고 아무 탈 없이 합체됐으니 감사할 뿐이죠.

사실 저는 태어나지 못할 뻔했어요. 무대에서 버스를 사용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제작진은 저 없이 공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죠. 브라이언 톰슨 무대 디자이너는 저를 “세트가 아닌 주인공”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을 들였대요. 말썽을 안 부려서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개리 매퀸 프로듀서는 “내 수많은 작품 중에 가장 뛰어난 디바”라고 했다니까요.

제 몸값이 얼만지 궁금하시죠? 짜잔∼. 무려 10억 원이에요.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을 합치면 모두 50억 원인데 그중 10억 원이 제 몫이에요. 그래선지 배우들도 처음에는 제게 오는 걸 겁내더라고요. 하지만 별다른 까탈을 부리지 않다 보니 이제는 거리낌 없이 저와 어울려요. 신동원 설앤컴퍼니 프로듀서가 저를 ‘순둥이’라고 부를 정도예요.

제겐 쌍둥이 형제가 하나 있어요. 지금 스페인에서 공연하고 있죠. 저와 똑같이 생겼지만, 제가 못하는 것 하나를 할 수 있어요. 제 지붕 위에 놓여진 대형 하이힐 모형에 앉아 아담이 오페라를 립싱크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아이는 지붕 위에 슬라이딩 판이 있어서 하이힐을 앞으로 쑤욱 내밀 수 있답니다. 저는 하이힐을 얹은 채로만 있고요. 하이힐 모형에는 안전벨트가 있어서 아담이 이걸 채우고 노래해요. 길에서든 무대에서든 안전은 최고로 중요하니까요! 조성하 고영빈 김다현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 출연, 9월 2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5만∼13만 원, 1577-3363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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