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대학로 기웃기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신선한 소재… 매력적 캐릭터… 낮은 판권료…

영화 ‘해무’(위 사진)와 연극 ‘해무’는 닮은 듯 다르다. 두 작품은 모두 2001년 제7태창호 사건을 소재로 삼았으나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대사가 많은 연극과 달리, 영화에는 에피소드와 각 인물의 심리 묘사가 강화됐다. 뉴, 연우무대 제공
영화 ‘해무’(위 사진)와 연극 ‘해무’는 닮은 듯 다르다. 두 작품은 모두 2001년 제7태창호 사건을 소재로 삼았으나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대사가 많은 연극과 달리, 영화에는 에피소드와 각 인물의 심리 묘사가 강화됐다. 뉴, 연우무대 제공
영화 ‘해무’는 극단 연우무대의 동명 연극이 원작이다. 연우무대는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의 원작인 ‘날 보러 와요’와 ‘왕의 남자’(2005년)의 원작 ‘이’를 선보인 극단. ‘해무’에서는 판권 판매에 그치지 않고 아예 공동제작사로 직접 뛰어들었다.

2007년 초연된 원작 연극 ‘해무’는 희곡 단계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뒀다. 유인수 연우무대 대표는 “희곡 초고는 무대적 성격이 더 강했으나 3년간 작품을 다듬으면서 영화 제작도 가능하도록 서사적인 부분을 더 보완했다”며 “초연 이후 영화화 판권을 사고 싶다는 제안을 많이 받았고, 결국 제작에까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연우무대는 ‘해무’를 계기로 연극 원작을 이용한 영화 제작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영화화를 위한 최종 각색 단계에 있고,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도 뮤지컬 영화로 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극단이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연우무대의 도전은 공연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대학로 히트 연극은 요즘 영화계의 ‘핫’한 관심사 중 하나다. 인기 공연의 영화화 판권에 눈독 들이는 제작사가 늘고 있다. 올 상반기 히트작인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연극 ‘유도소년’은 특히 판권 경쟁이 치열했던 작품이다. 이 극단의 안혁원 PD는 “유명 영화 제작사 7, 8곳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현재 한 제작사와 최종 합의단계에 있다”면서 “다른 창작극도 초연을 할 때마다 영화 관계자들이 찾아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뜨기도 전에 일찌감치 영화화 판권부터 판매된 공연도 있다. 서울에서는 10월 첫선을 보이는 연극 ‘월남스키부대’는 3년간 지방 무대에만 섰지만 지난해 영화화 판권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1998년) ‘웰컴 투 동막골’(2005년) ‘박수칠 때 떠나라’(2005년) ‘김종욱 찾기’(2010년) 등 공연이 원작인 영화는 꾸준히 제작돼왔다. 그러다 영화산업의 규모가 커져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공연 판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은 전통적으로 영화화가 활발한 분야지만 한동안 제작이 뜸했다. 최근엔 소설과 웹툰으로 쏠렸던 관심이 유행처럼 다시 공연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창작극이 늘어난 점도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영화 제작자들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특히 서사 구조가 뚜렷하고 신선한 캐릭터를 가진 공연이 충무로에선 인기다. 영화 투자배급과 공연 사업을 함께하고 있는 뉴(NEW)의 박준경 마케팅 본부장은 “공연은 짧은 시간에 캐릭터의 매력과 관객의 반응을 확인하기 좋은 형식”이라고 분석했다.

베스트셀러 소설과 유명 웹툰의 판권료는 억대에 이를 정도로 가격이 올랐지만 공연 판권료는 히트작도 5000만 원대 안팎이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유명 공연이라 해도 소설이나 웹툰보다는 인지도가 떨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요즘엔 공연의 판권료도 오르는 추세이고 러닝 개런티 조건이 포함될 때가 많다”고 전했다.

판권 계약을 했다고 해서 모든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진 않는다. 뮤지컬과 영화 ‘김종욱 찾기’를 제작하고,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의 영화화를 준비 중인 장유정 감독은 “영화와 공연은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분야”라면서 “큰 뼈대를 제외하면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해무#연극#충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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