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알렉세이 리비킨 러시아 국립역사박물관장(사진)은 한국 문화유산을 처음 접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궁궐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들은 멋스러운 가야금 산조 공연도 잊을 수 없다”고도 했다.
리비킨 관장은 우리나라 국가 이미지와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개최한 ‘문화소통 포럼’ 참석차 최근 한국을 찾았다.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있는 러시아 국립역사박물관은 1883년 문을 열었으며 주로 로마노프 왕조와 러시아 정교회의 화려한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유서 깊은 박물관이다.
리비킨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신라 왕관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는 “모스크바국립대 학부 시절 한국사를 잠깐 공부했다”며 “신라 왕관은 한국 고대 문화의 장엄한 스케일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앙박물관의 정경을 찍은 스마트폰 사진 여러 장을 직접 보여주며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데도 용산가족공원 등 주변 녹지공간에 둘러싸여 전통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인들이 식민지 경험과 전쟁 같은 모진 역사를 겪고도 전통 문화유산을 훌륭하게 보존한 게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내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을 맞아 한국 박물관과 공동 기획전시를 열 의향도 내비쳤다. 리비킨 관장은 “러시아인과 한국인 모두 2차 대전 당시 많은 사람이 숨졌고 특히 일제와 맞서 싸운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 양국 간에 기획전시 등 문화교류를 확대할 만하다”고 밝혔다.
역사가 100년이 넘는 세계적인 박물관의 수장이지만 한국 박물관을 보며 배울 게 많다고 했다. 그는 “유물 전시나 보존 관리에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데 한국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3차원(3D) 스크린으로 도자기를 굽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전시기법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시작품을 설명해주는 가이드를 예로 들었다. 리비킨 관장 스스로도 전시작 등록에 사용하는 전자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IT와 박물관의 접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그는 “한국 박물관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관객들이 전시작품의 정보를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우리 박물관도 내년쯤 이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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