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기자의 뫔길]이영훈 체제의 한기총, ‘두기총’ ‘세기총’ 안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5일 03시 00분


보수적 성향의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최근 몇 년간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려왔습니다. ‘두기총’ 또는 ‘세기총’, 심지어 ‘네기총’까지. 내부 갈등과 대표회장을 둘러싼 분열로 소속 단체와 교단이 잇달아 탈퇴했기 때문입니다.

2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60)가 이 단체의 제20대 대표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이 목사는 당선 인사에서 “역대 한기총 회장들이 지키려 했던 설립 정신을 적극 지지 수용하면서 맡겨진 직무를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목사께는 먼저 축하 인사를 보냅니다. 그러면서도 노파심에 한기총을 향한 고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만 역대 한기총 회장이 지켜온 설립 정신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알려진 대로 한기총은 개신교를 넘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아온 고 한경직 목사(1902∼2000)가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아 출범했습니다. 진보적 신학관으로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온 당시 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현재 NCCK)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출범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NCC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한기총은 최대 교단인 합동, 통합의 가입으로 개신교내 최대 단체가 됐습니다. 대표회장으로는 초대 박맹술 목사를 시작으로 14·15대 엄신형, 16대 이광선, 9·10·17대 길자연, 18·19대 홍재철 목사까지 15명의 목회자가 거쳐 갔습니다.

하지만 NCC와 함께 새의 양 날개로 자리 잡은 한기총은 어느 순간 이른바 ‘교단정치’의 표적이 됐습니다. 굳이 14대부터 실명을 거론한 것은 이때부터 대표회장을 ‘기독교 대통령’으로 부르며 벌이는 이전투구가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들만의 기독교 대권을 향한 욕망이 추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선거 때마다 목회자와 교단 갈등, 금권(金權) 선거, 폭로, 소송의 악순환이 계속됐으니까요. 심지어 대표회장이 연임을 위해 정관을 바꿨고, 길자연 홍재철 목사는 교회를 아들에게 세습했습니다.

이영훈 목사께는 많은 숙제가 있습니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를 둘러싼 갈등도 있고, 만신창이가 된 한기총의 현안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기총이 다시 서려면 한경직 목사의 존경받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목회자들을 향한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을 지키는 한기총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기독교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의 머슴이 됐다는 낮은 자세야말로 그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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