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작은 노력/임정진 글·심성엽 그림/52쪽·1만1000원·미래 아이
기술 문명은 인간을 편리하게 합니다. 현재의 기술은 인간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표현되는 수준이라고 하죠. 3차원(3D) 프린터로 물건을 만들고, 사물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기술 발달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모든 동력이 전기라는 점입니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모든 기술이 뜬 구름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첨단 기술 문명은, 전 인류 중 단 10%만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90%에게 필요한 것은 전기 없이 밝힐 불, 당장 마실 맑은 물 한 컵입니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지만 당연한 것들을 위한 기술이 ‘적정기술’입니다.
창문이 없어 낮에도 어두운 어떤 집에선 페트병을 전구로 쓴답니다. 페트병이 어떻게 빛을 내느냐고요. 전기 값이 비싸니 전구 사용은 언감생심, 이런 곳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조명기구입니다. 페트병에 1L의 물과 약간의 세제나 표백제를 넣고, 지붕을 뚫어 설치한 형태입니다. 물에 섞여 있는 세제 때문에 햇빛이 굴절되어 최대 55W 정도의 빛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정수용 필터가 달린 ‘생명의 빨대’는 아이들을 죽음으로부터 지켜내고 있습니다. 도넛처럼 생긴 ‘큐 드럼’이란 물통은 아이들을 과중한 노동으로부터 구해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이런 적정기술이 필요한 상황과 그 사용처에 대해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야기해 줍니다.
이 책을 아이들과 읽고 과학의 ‘초심’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면 좋겠습니다. 인류 90%를 위한 기술은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이 책에 나온 과학 원리는 우리의 초중학교 수준입니다. 과학 이론이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과학은 신나는 과목이 되겠지요. 그리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애정을 ‘융합’한다면, 또 다른 발명품이 나오지 않을까요.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 안에서 사용되는 적정기술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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