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씹자. 결혼 8년차 주부인 주인공 모모코의 처지가 딱하다. 남편 마모루는 지고지순한 아내 몰래 열여섯 살 어린 내연녀 나오와 바람을 피운다. 당돌한 내연녀는 사랑이 빠진 결혼 생활에 집착하는 본처가 얼른 불륜을 눈치 채고 꺼져주길 바란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에게 자신의 아기를 임신한 내연녀와의 삼자대면을 요구하고, 본처가 정성껏 부양하는 시어머니는 남편과 남편의 씨만 챙기려 든다. TV 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을 뺨치는 이 같은 상황을 신나게 씹으며 소설을 중반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뜨악한 반전이 기다린다.
곱씹어 보자. 소설은 소제목이 달린 20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고 각 장마다 내연녀 일기, 작가가 바라본 본처의 일상, 본처 일기로 구성돼 있다. 한 남자를 놓고 벌이는 두 여자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남편에게 섹스하는 여자가 있는 것과 육체관계는 없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릴 만큼 보고 싶어 하는 여자가 있는 것, 어느 쪽이 분할지.”(6쪽·내연녀 일기) “잠든 얼굴을 보면서 만약 이 사람이 바람을 피운다면, 하고 생각해보았다. 물론 여러 가지 생각과 말이 쏟아졌지만, 하룻밤 지난 지금 그걸 정리해보니 이 사람은 내 남편이다, 하는 한마디로 끝났다.”(47쪽·본처 일기)
뜨악한 반전과 함께 본처가 보인 이상 행동, 일기의 진짜 주인공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풀리면서 소설은 미스터리 요소까지 담은 매력적인 복합장르 소설로 읽힌다. 저자는 ‘퍼레이드’ ‘파크 라이프’ ‘악인’ 등을 쓰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작가로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신문에 연재됐던 소설을 단행본으로 묶으며 제목을 ‘사랑의 난폭(愛の亂暴)’에서 ‘사랑에 난폭(愛に亂暴)’으로 바꿨다. 인간에게 난폭하게 휘둘리는 사랑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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