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거장 노다 히데키가 샴쌍둥이를 통해 인간의 단면을 풀어낸 연극 ‘반신’. 명동예술극장 제공
‘나는 왜 늘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하는 걸까.’
수많은 인간관계 가운데 항상 일방적이라고 여겨지는 관계가 있는가. 19일 막을 올릴 예정인 연극 ‘반신’은 몸이 하나로 붙어 한 심장을 공유하는 샴쌍둥이를 통해 불평등하고 불완전한 인간관계를 조명한다. 일본의 유명 연출가 노다 히데키(59)가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연극 ‘빨간 도깨비’(2005년) ‘더 비(The Bee·2013년)’로 국내 관객의 주목을 받은 노다는 혁신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연출가로 꼽힌다.
‘반신’은 하기오 모토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노다는 묵직한 주제의 만화를 기발하고 발랄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샴쌍둥이인 슈라는 자신의 심장과 장기를 통해 살아가는 동생 마리아를 보며 늘 주기만 하고 양보를 강요받는 자신의 운명에 분노한다. 속상함과 미움은 차츰 마리아를 인정하는 감정으로 바뀐다. 몸이 성장하며 영양 불균형 상태가 심화돼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운명에 맞닥뜨리자 슈라는 절규한다.
작품은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인간의 단면을 들춘다. 슈라의 상상 속 친구들인 요괴는 유혹, 비밀, 후회를 의미한다. 수수께끼 같은 산수법을 설파하며 정신이 나갔다 들어오는 노수학자는 인간의 이성과 몰이성을 상징한다.
노다는 “신체 표현에 강한 한국 배우들과 작업을 하며 이전에 보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발견했다”며 “무대에서 펼쳐지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혼란을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인영 전성민 오용 이형훈 출연. 19일∼10월 5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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